일상/끄적끄적

[2022/12/31] 국립중앙박물관::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속좁은 바다표범 2023. 3. 26. 00:22

요즘은 박물관 표 예매를 온라인으로 한단다.
아직 2시가 채 안된 시간인데 현장 판매분은 5시에 입장하는 표만 남았다고 했다.
관람시간이 6시까지라는걸 이 때 알았다면 다음을 기약했겠지만;;
입장 바로 전에야 알아서 '후다닥 돌아보고 다음에 다시 와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아, 요새 오디오가이드는 이어폰을 제공해주지않아 더더욱 대강 볼 수 밖에 없었다. 어두운데서 작은 글씨를 보려면 눈도 침침해서 잘 보이지도 않고...ㅜㅜ


기획전시실로 가려고 밖으로 나왔다.

왼쪽 하단의 흰천막이 현장 판매줄을 위한 것.이날은 날씨가 좋지않아 대기줄이 없었는데 평소의 대기줄을 짐작케하는 규모였다.

 
 
 
합스부르크 왕가에 대해 알고있는 건
'신성로마제국', '마리아 테레지아', '마리 앙투아네트', '유전병' 정도.

빈미술사박물관에 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소장품들이 한국으로 온거라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사실 난 미술/예술 방면에 문외한이라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뭐때문에 표가 연일 매진인지 잘 모르고 갔다.


일단 입장.

 
 
 
들어가자 마자 있는 갑옷들에 꽂혀서 한참을 구경했다.

 
 
특히 이거. 막시밀리안 1세의 갑옷이라는데
만화 리니지에서 봤던 기사 갑옷과 너무 비슷해서 실물 갑옷을 처음보는데도 원래 알고있던 것 마냥 친숙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은근 예쁘다.

루돌프 2세의 '리본장식' 갑옷

리본 장식이라고 해서 매듭 리본인줄 알고 리본이 어딨나 찾았는데
'갑옷 전체를 장식하는 금색 리본과 잎 무늬가 인상적이다'라는 설명을 보고 저 금색 무늬들이 리본인 걸 알았다.ㅎㅎ
 
 

페르디난트 2세 대공의 독수리 장식 갑옷. 오스트리아 상징인 독수리가 금박으로 장식되어있어 독수리 갑옷이라고도 불린다고.

 
 
바로 옆에 갑옷을 착용하는 영상과
갑옷을 입었을 때 움직임에 대한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갑옷을 입는다는 게 부위 별로 갑옷 부속을 하나하나 착용해야하는 거라 혼자는 못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던데
이래서 기사들이 종자를 데리고다닌게 아닌가 싶다.
 

갑옷 입고 움직이는 영상도 꽤 흥미로웠던게
갑옷 모양만 보면 로보트같이 움직일 것 같은데, 갑옷이 여러 부속으로 나눠져 있다보니 관절 움직임이 깨나 자유로웠다.
어떤 외국인 아저씨가 갑옷을 입고 앞구르기, 뒷구르기, 점프 등 이런저런 동작들을 해보이는데 은근 재미있어서 나도 모르게 계속 쳐다봤다.

 
 

옆 방에서는 루돌프2세의 수집품과 당시 궁정화가의 그림을 볼 수 있었다.

전체 관람 시간을 대략적으로도 가늠할 수 없어 적당히 스르륵 보고있었는데 보석으로 만들었다는 보석모자이크 작품이 인상 깊어서 사진을 찍어봤다.

요새 다리와 물레방아가 있는 풍경: 보석류 석판을 형태에 맞게 깍아서 조립함

 
 
 
 
나름 집중해서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방송을 한다.
관람 종료시간 안내에 대한 건줄 알았는데 기념품샵이 5시50분까지한다는 안내방송이다.
우리말, 일본어-중국어도 했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남-로 하면서 한 번 더 반복 방송을 하는데
몰입이 확 깨지면서 다시 작품에 집중하려해도 방송 소리때문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기념품샵 운영시간 안내는 입장할 때 해줄 수도 있는건데...쩝;;



두번째 전시실에서 너무 지체해서 시간이 얼마 없다.
설명을 읽으면서 봤는데도 마음이 급하다보니 내용이 뇌를 스치고 지나가버려 전시의 전체 레이아웃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전시 포스터에 있는 아는 얼굴을 만났다.
벨라스케스가 그린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의 초상화.

마르가리타 공주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라는 작품에서 처음 봤었는데
이렇게 예쁘고 깜찍한 공주가 자랄수록 합스부르크가 특유의 주걱턱이 돼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유전병이 장애수준으로 발현된 다른 자손들에 비해서는 양호했다고.
 
 
 
또 내가 아는 사람이 나왔다.
마리아 테레지아.

 
 
그리고 마리 앙투아네트.

이 그림은 벽면을 거의 다 차지할 정도로 컸는데, 앙투아네트의 화려함을 제대로 느낄 수있었다.
확실히 전시된 그림 속의 다른 공주/왕비들보다 예쁘다.
드레스가 전통적인 프랑스식이라는데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화려하고 치마자락에서 실크 특유의 맨들거림이 느껴질 정도로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나도 그랬지만 구경하던 다른 사람들도 연신 예쁘다고 감탄하며 바라봤다.

 


시간에 쫓겨 다른 전시실은 제대로 못보고 나올 수 밖에 없었는데
가장 마지막으로 전시된 게 조선의 갑옷과 투구다.

고종 때 오스트리아와 수교를 맺었고 수교의 선물로 고종이 프란츠 요제프 1세에게 보낸 것.




확실히 우리 말 전시가 보기도 편하고 이해도 잘 돼서 좋은데 시간때문에 일부 밖에 제대로 못봐서 아쉬움이 크다.
3월 1일까지 전시라니 다시 보러 와야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가능할지 모르겠다.



전시실 출입구 앞에 있는 이번 전시의 얼굴(?) 마르가리타 공주.
많이들 이 앞에서 인증샷을 찍더라.

 
 
 
이상 오랜만의 서울구경 겸 문화생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