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엄청 바쁘다.
점심은 항상 지정된 시간보다 늦게 먹으러가고
점심 먹고 오면 메신저에 불이 깜박깜박
열일하다 보면 어느 새 저녁 먹을 시간이다.
요새 통화기록은 죄다 회사 사람.
다른 부서와 협업하는 것도 오랜만인데 전화기에 불이 나는 것도 오랜만이다.
회의하다 열 받는 경험은 처음이고.
퇴근 후엔 씻자마자 바로 기절해서 평소보다 많이 자는데도 피곤하다.
이 와중에 병원 진료도 받아야하고 3일 간의 교육 일정도 잡혀 있다.
교육 근태 결재는 이미 다 받았지만 교육을 받으면 워킹데이가 부족해서 업무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 교육을 미루기로 마음 먹었다.
게다가 파트원 전체가 받아야하는 무슨 교육도 잡혀 있는데, 재택근무자도 그 날은 출근해서 집합 교육을 받으란다.
그리고 저녁엔 회식을 한다고.
아마도 인도에서 출장 온 인력을 소개하려는 자리같다.
우리가 하던 업무의 일부를 인도 연구소로 넘기기로 했고
원활한 인수인계를 위해 인도 인력이 장기 출장을 와 있는데 파트 전체가 바쁘다보니 공식적인 인사를 나누지도 못했다.
나와 일했던 친구는 나한테 따로 찾아와서 인사를 했는데 너무 갑작스러워 (내 사진과 실물이 좀 다른데;; 어떻게 내 자리를 찾았는지 약간 당황) 컨텍스트 스위치가 제대로 안되는 바람에 제대로 이야기도 못하고 버벅였다. 창피하게시리. ㅜㅜ
당연히 인도 친구와 엮이는 업무도 좀 있는데,
예전엔 메일/메신저로 일을 하다보니 상황에 따라 해당 업무의 우선순위를 좀 낮출 수 있었다면
지금은 자리로 직접 찾아와 얘기를 하니 아무래도 열심히 응대하게 된다. 인수인계 겸 메일도 정성들여 쓰게 되고. 그래서 더 바쁜거 같다.
아, 이런 얘기를 쓰려던게 아니었는데 너무 샜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서.
열일하다 저녁 시간 즈음에 핸드폰을 봤는데 카톡이 백 개가 넘게 와 있었고,
그 중에는 엄마가 보내준 단풍 사진도 있었다.


세상에. 여긴 어디?
지난 주말에 단풍 흔적이라도 구경하러 강원도에 갔었는데
단풍시즌이 다 끝나서 땅에 떨어진 마른 단풍잎 밖에 볼 수 없었다. 나무에 붙어있는 단풍잎도 거의 말라가고 있었고.
아쉬웠지만 오랜만에 콧 바람을 쐰걸로 만족했고 내년 단풍 시즌은 놓치지 말자며 전의를 불태웠는데
엄마가 싱싱한(?) 단풍잎 사진을 찍어 보내신거다.
집 앞 공원에서 찍으셨다고.
헐... 회사쪽도 이젠 단풍이 없던데 어떻게 우리 동네에 있을 수 있지?
대체 난 왜 강원도에 갔던걸까.
뭔가 허무하고 허탈하면서도 당황스러운 기분.
등잔 밑이 어두워도 이렇게 어두울 수가 있나. 단풍 구경하러간 강원도에선 보지도 못했던 단풍이 알고보니 우리 집 앞에 있었다.
(뭔가 깨달음을 얻어야할 것같은 느낌적인 느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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