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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가족 여행 3일차 (2) - 국립극장 발레공연, 비셰흐라드, 그리고 U Glaubiců 저녁식사

속좁은 바다표범 2025. 10. 7. 12:14

동유럽 여행을 계획하면서 꼭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공연 관람이다.
부모님께서 공연들-라포엠부터 오페라까지-을 곧 잘 보러 다니시기 때문에 관광객용 공연 말고 로컬도 보는 제대로 된 꽤 괜찮은 공연을 보고 싶어 이것저것 찾아봤다.


1. 문화와 예술의 도시인 비엔나의 오페라 극장에서 오페라를 보는 건 어떨까.
(예당에서 봤던 라트라비아타가 꽤나 감동적이었지.)

우리의 여행 기간에 공연하는 오페라는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였다.
조수미 님의 아아앗앗앗앗앗앗앗앗아~~~🎶로 유명한 '밤의 여왕 아리아' 밖에 몰라서 내용을 좀 찾아봤는데...

한 줄 요약이 어렵다...
분명 한국어인데 당최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고,
오페라 극장에 한국어 자막도 없다고 한다.

내용을 모른 채로 세 시간 이상을 앉아있는다는 건 고문이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 오페라는 다음을 기약하기로.


2. 그럼 빈 필하모닉오케스트라 공연은?
한국에서 보려면 티켓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던데.

이건 유료 회원에게 티켓을 우선 판매한 후 남은 티켓을 우리 같은 일반 사람에게 판매한다고 한다.
티켓 오픈일이 공연 바로 며칠 전이라 당장은 할 게 없고 여행 중에 시도해 볼 것이다.


3. 발레 공연도 있다.
그런데!
왜!!
우리 일정에 맞는 공연은 고전발레(예: 백조의 호수 등)가 아니라 모르는 내용의 초연인가.
발레엔 문외한이다.
발레 공연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모르는 내용을 보기엔 난도가 높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쉽지만 이것도 패스.


4. 프라하로 눈을 돌렸다.
이곳도 수준 높은 공연을 선 보인다는데 볼 만한 게 있으려나.
한 번 발레에 관심을 갖고 나니 우리의 첫 발레 공연을 프라하 국립극장에서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일 한참 전이라 앞자리가 아직 남아있었고,
티켓 가격도 괜찮았으며,
시니어 할인도 한다. 무려 50%.
고전발레는 아니었지만 우리가 모르는 것일 뿐 작품 자체는 유명한 것이라고 "착각"해서 티켓을 구입했다.


티켓을 구입한 후에야,
해당 공연은 현대 발레+현대 무용이며 이번 공연이 초연이라는 건 알게 되었다.
공연 제목은 <풍자>.
제목에서부터 주제의 난해함이 물씬 풍긴다.

음..  어..  그래도 국립극장 공연이니 괜찮겠지..? 하며 애써 자위했다.


아래는 한참 후에 메일로 받은 공연 정보(=광고)다.
재미있어야 하는데...

실존적 질문과 무용의 장르적 전환을 보여주는 오리지널 발레 삼부작 <풍자>의 특별한 초연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에얄 다돈, 안드레이 카이다노프스키, 한스 반 마넨의 세 가지 독특한 안무는 현대 무용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입니다.
<풍자> | 체코 초연, 2025년 4월 24일 국립극장
충분히 비꼬는 편인가요?
국립극장발레단은 5월에 다시 한번 <풍자 삼부작>을 선보입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두 개의 세계 초연작이 함께 공연됩니다. 안드레이 카이다노프스키의 <…그리고 당신의 인생은 어떻게 지내요?>는 시대의 스트레스를 분석하고, 에얄 다돈의 <카타스트로프>는 질서와 혼돈 사이를 오갑니다. 이러한 대조적인 분위기는 두 신체 사이의 긴장감을 우아하게 탐구한 한스 반 마넨의 <풍자하는 사람들> 듀엣이 체코 초연되어 더욱 빛을 발합니다. 라이브 피아노, 강렬한 영상미, 그리고 수상 경력에 빛나는 솔리스트들이 선사하는 강렬한 경험을 기대하세요.






국립극장 Národní divadlo 발레 SARKASMY

택시 기사가 국립극장 맞은편에 차를 세워줬다.
아무 데서나 찍어도 그림이 되는 프라하다.




길을 건넜는데 죄다 같은 모양의 돌벽이라 출입구를 찾지 못해 국립극장 주위를 한 바퀴 빙 돌아야 했다.

건물 외벽 한편에 있는 오늘의 공연 정보.
오늘 국립 극장에선 우리가 볼 SARKASMY 공연을 한다.



표 검사를 하는 직원에게 바코드 4개와 함께 부모님의 여권(시니어 할인)을 내밀었는데 I believe you 라며 확인을 하지도 않더라.
그리고 (우리의 편이때문이 아닌) safety 목적으로 겉옷을 벗어 맡기라고 알려줬다.
옷 속에 뭔가 숨겨서 테러라도 할까 봐 그런가.
잘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맡기라고 하니 맡기러 간다.


옷 보관소.

직원과 의사소통이 잘 되진 않았지만, 엄청 친절했다.



가벼운 차림으로 객석으로 왔다.
크진 않지만 유럽 특유의 번쩍이는 느낌이 드는 홀이다.
양 옆으로 테라스 석도 있다.


검은색 막 뒤가 무대다.

막 앞으로 보이는 흰색 바닥이 경사져 보이는 것이 마치 착시 같으나 착시는 아니다.
공연하던 무용수들이 흰 바닥으로 데구르르 굴러 무대 아래로 퇴장하기도 했다.


별도로 구입한 프로그램.
(100코루나, 6,500원 정도)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데스크가 없어서 이상하다 했더니 홀 밖 복도에서 직원들이 직접 판매하고 있었다.

주요 배역을 맡은 무용수들의 인터뷰와 연습하는 사진들이 실려있었고, 영어로 돼 있었는데도 우린 그냥 휘리릭 봤다. 해석도 귀찮.. 번역기에 돌리는 것도 귀찮...;;


이 공연은 세 가지 공연으로 구성되었고, 첫 번째가 끝나자마자 인터미션이 있었다.

복도에 열려있는 문이 있어서 빼꼼 쳐다봤더니 작은 카페에서 다과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얼른 가족들을 불러 이쪽 구석으로 자리를 잡았다.


에스프레소 4잔이요~
(65코루나/잔, 가격도 나쁘지 않다.)

프라하 시민이 된 듯한 기분으로 인터미션을 즐겼다.☕️




공연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공연이 주는 메시지를 모두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무용수들이 최선을 다한 무대는 매우 감동적이어서, 박수가 절로 나왔다.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수준이 보통이 아니다.

우리야 수준 높은 공연을 저렴한 가격-티켓 가격이 몇 만 원 정도로 상당히 저렴했다-
에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출연진이 꽤 많았는데 수지타산이 맞으려나, 무용수 개런티는? 등등의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중에 기회 되면 한국에서도 종종 무용공연을 보러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비셰흐라드 Vyšehrad

저녁식사 예약 시간까지 시간이 떠서 비셰흐라드에 갔다.
비셰흐라드는 요새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이런저런 볼거리가 많지만 그냥 산책하기에도 좋다고 한다.

비셰흐라드는 매우 평화로웠다.
일요일 저녁인데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현지인들의 여유로움이 부럽기도 했고.

힐링되는 시간이었다.







음식점 예약 시간을 앞두고 여유롭게 택시를 불렀으나, 택시 기사들이 우리를 찾지 못해 계속 취소를 당했다.
알고 보니, 처음 이곳에 올 때 타고 온 택시가 우리를 이상한 곳에 내려줬고, 우리가 하차 지점에서 호출을 하니 다른 기사들이 찾지 못했던 것이다.
택시 호출 지점에서 한 200m만 가도 택시가 많았는데 초행길이라 알 방법이 없으니 이곳에서 꽤나 시간을 허비했고, 결국 예약 시간을 훌쩍 넘겨 식당에 도착했다.



U Glaubiců

인기 식당답게 식당 입구엔 웨이팅이 있었다.
늦어서 미안하다고 쭈글대며 예약자 이름과 시간을 말하고 입장했다.


테이블 사용 시간이 예약 시간으로부터 두 시간인데, 지금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한 시간 반 남짓.
하지만 밥을 먹기엔 충분한 시간이다.ㅎㅎ



립은 이미 아는 맛이지만, 간이 세지 않아 그냥 먹어도 맛있었고 소스에 찍어 먹는 것도 맛있었다 (550 코루나).

따뜻할 땐 맛있어도 식으면 고기 냄새가 날 수도 있는데 이곳 립은 식어도 잡내가 거의 없었다.
고기만 먹다가 질리면 사이드로 나온 양배추 절임-코우슬로 같은 맛-을 먹거나
콜레뇨 사이드로 나온 감자떡(?)을 먹으면 입이 정리돼서 계속 먹을 수 있었다.



콜레뇨는 족발과 비슷한 맛으로, 겉바속촉인데 바삭한 겉껍질(?)이 엄청 고소했다.
족발을 안 좋아하는 언니가 맛있다며 이것만 먹을 정도 (465 코루나).



치즈 튀김은 엄마를 위한 것이었는데 다 같이 맛봤다 (210 코루나).
맛이 없을 수 없는 맛. ㅎㅎ



흑맥주가 품절이라 일반 맥주를 시켰다.
누군가 말했듯이 다른 음료에 비해 맥주가 싼 편이다 (300ml, 43 코루나).


레모네이드를 주문하려 했으나 품절이라고 해서 대신 주문한 진저에이드 2잔 (99 코루나/잔).

+ 팁 약 9% 지불

립 2인분, 꼴레뇨 2인분으로 생각해서 주문한 건데,
음식이 생각보다 거대하게 나와서 우리도 놀라고 옆테이블의 사람들도 놀랐다.

우리는 시니어 2명, 나이 든 여자 2명으로 저걸 다 먹을 수 있는 조합으로 보이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우리는 엄청 허기졌다.
점심을 숙소에서 대충 먹고 나왔는데 저녁도 늦어지면서 공복시간이 꽤 길었기 때문이다.

이곳 음식이 전반적으로 평이 좋기도 했지만
시장이 반찬이라고 우리는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빠르게 먹어치웠다.😅


배가 터지기 직전이라 소화시킬 겸 숙소로는 걸어서 돌아가기로 한다.
식당에서 숙소까지 거리가 꽤 됐지만 이날은 과식을 심하게 해서 좀 걸어야 했다.

까를교를 지나서


바로 숙소로 들어가기 아쉬워 구시가광장에 들렀다.

조명을 밝힌 구시가광장은 오전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여전히 사람들도 많고.


내일이면 체스키크룸로프로 떠나기 때문에 오늘이 구시가광장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아쉬움을 안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체코 가족 여행 4일차 (1) - PAUSETERIA에서 차 한잔, 체스키크룸로프 (Flix Bus, Pension Adalbert)

체스키크룸로프로 떠나는 날.숙소에서 아점을 먹고 U 젤레네호 얄로브체에서 체크아웃(10시)을 했다. 버스 시간까지 시간을 때우기 위해 호스트에게 짐을 맡기고는 지난번에 갔던 PAUSETERIA café 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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