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강원도

2024 6월 또 영월 여행 (2) - 위로약방, 탄광문화촌

속좁은 바다표범 2024. 7. 30. 18:46

2024 6월 또 영월 여행 (1) - 성호식당, 영월소금빵, 미탄집, 일미닭강정, 연당동치미국수





새콤한 동치미국수를 먹었으니 달콤한 디저트를 먹을 시간이다.


북면 마차리에 있는 위로약방으로 향한다.
처음 갔을 땐 일요일이라 휴무였고
그 후 영월에 왔을 땐 현대백화점 팝업 행사로 휴무였다.
세 번째 시도에서 드디어 방문 성공. 기대가 크다.


약방(藥房)이 아니라 약방(略房)-위로가 열리는 곳-이다.




카페의 바로 위는 마을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로, 예전에 묵은 적이 있다.



이곳의 시그니처인 쑥쉘과 쑥살개아이스크림, 그리고 카페인 수혈을 위해 아이스 라테를 주문한다.


쑥쉘은 "영월쑥과 쌀, 그리고 사탕수수로 만든 쑥초코파이"라고 소개되는데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엄청 건강한 맛이다.

사실 디저트라 어느 정도는 단 맛을 기대했는데 건강하면서 단 맛까지 기대하는 건 욕심인 건지..ㅜㅜ
하지만 언니는 오히려 많이 달지 않은데도 맛있다며 나중에 엄마를 모시고 오자고 했다.


쑥살개아이스크림은 쑥 맛 아이스크림으로, 이건 건강한 맛인데도 맛있었다.ㅎㅎ
커피도 맛있었고.



위로약방이라는 이름답게 음료를 서빙해 주면서도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라며 행복을 빌어주고,
카페를 나올 때도 "행복하세요~"라고 인사를 해주신다.

처음엔 살짝 낯간지러웠지만 금세 몽글몽글한 기분이..ㅎㅎ

감사합니다. 사장님도 행복하세요.




영월읍내에서 북면 마차리까지 들어온 건 이곳에 있는 탄광문화촌에 가기 위함이다.


네비를 찍어보니 위로약방에서 탄광문화촌까지는 1.2km, 걸어서 20분이 채 안 걸린다고 한다.
날이 좋아서 산책할 겸 살살 걸어가려고 길을 나섰다.


민가를 지나



큰길로 들어섰는데,

...?!!...  인도가 없다.

도로 옆 갓 길이 비교적 넓어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같이 보이긴 하나, 정식 인도가 아니라 살짝 겁이 난다.

쫄보들이라 그냥 차를 타고 가려고 다시 위로약방 앞으로 되돌아갔다.




3분 만에 탄광문화촌 주차장에 도착.


계단을 걸어 올라와 이곳에서 입장권을 예매하고 (성인 2000원)



생활관부터 구경한다.

탄광이 있던 시절과 광부들의 생활상을 재현한 곳이다.

영월과 정선을 오가는 버스
옛날 교실. 오랜만에 보는 풍금이 반가웠다.
이발관, 양조장 등 상점들. 양조장에 막걸리 심부름을 온 저 노란옷 입은 아이가 진짜 사람같아서 볼 때마다 놀랐..
대포집
대포집 안에 아저씨 손님이 계심
방 한 칸과 부엌 한 칸이 전부인 광부 사택. 20가구 1주택의 장옥형 가옥
공용 화장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존재하던 고위관리자 사택으로 2가구 1주택의 일본식 가옥. 겨울엔 온수도 공급됐다고.
사원 사택. 부엌 한 칸에 방 두 칸이 연속으로 연결된 형태


많은 볼거리가 있으나 모두 담을 수 없어 몇 컷만 찍었다.
모형들이 꽤나 사실적이라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생활관을 나와 갱도 체험관으로 간다.
이 길을 따라가면 (한 250 미터였나..?) 갱도 체험관에 도착한다고 바닥에 쓰여있다. 

 
 
갱도 체험관으로 가는 길에 전시된 석탄 채굴에 사용되었던 장비들.



그리고, 드디어 갱도 체험관에 도착.

 
(실제 갱도에 들어가 본 적은 없지만) 갱 내 너비가 어느 정도 상상이 되는 좁은 통로다.


갱도를 확보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내부가 무너지지 않도록 쇠나 나무기둥으로 받쳤다고 한다.

 
캐낸 석탄을 옮기기 위한 수레.


갱도 사무실.
탄광 안에 현장 관리자가 있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전화기가 설치된 본격적인 사무실까지는 생각 못했다.
(그러고 보니 요새 젊은 친구들은 저 유선 전화기를 모른다던데..ㅎㅎ)


그리고 벽화로 보는 광부들의 작업 모습.



꽤나 사실적인 벽화를 지나 나가다 보면 갱도 체험관의 하이라이트인 갱도 붕괴 상황 재현 장치를 만날 수 있다.

처음엔 그냥 나가는 길인 줄 알았다.
조용한 체험관 내에 울리는 붕괴 효과음에 너무 놀라 제자리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소리를 질렀다.
분명 머릿속으로는 체험관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아는데도 너무 놀라니 할 수 있는 게 없더라.

순간적으로 장치 퀄리티에 감탄했으나
붕괴 사고를 묘사하는 오디오 사운드와 애니메이션에 마음이 마냥 편하진 않았다.




밖으로 나오니 높은 하늘이 반겨준다.


예상했던 것보다 흥미로웠던 체험관이었다.


석탄 산업이 이미 사양 산업이 된 지 오래라 석탄 산업에 대해선 책으로만 배웠고, 광부들의 진폐증에 관한 기사나 탄광 폐광에 대한 뉴스 보도를 접한 게 전부다.
그나마 무한도전의 직업체험 에피소드가 진짜 탄광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던 것 같다.


한 때는 국가 경제 발전의 주축이 되었던 산업이다.
탄광촌을 형성할 정도로 번성했고 많은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녹아있는 곳인데 이제는 그 흔적이 체험관으로만 남아 있는 걸 보니 뭔가 숙연해지는 기분이다.


그래도 지역 발전/새로운 수익 산업 창출을 위해 도시재생사업을 하고 탄광 문화촌도 만들어 열심히(?)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으니 그 기대에 부흥해 난 자주 놀러와야 겠다.ㅎㅎ





탄광문화촌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약속대로 언니를 언니네 집으로 데려다줬다.ㅎㅎ)

덕평 휴게소 군것질


즐거웠던 외출.

다음에 또 가야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