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엄청 돌아다녔는데도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출근할 필요가 없어 늦게까지 자려고 했는데 습관 때문인지 평소에 일어나는 시간에 일어났다. 시차 때문에 엄청 일찍 일어난 것 같은 기분이다. 한 시간이나 일찍 일어나다니!!ㅎㅎ
하지만 어제의 무리로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같이 무거웠고, 몸이 힘드니 만사가 귀찮아 침대에서 계속 뒹굴거렸다.
한참을 빈둥거리다 배가 고파서 드디어 침대 밖으로 나왔다.
어제 찜해뒀던, 숙소 앞 골목에 있는 훈뚠왕으로 간다. (당연히 세수는 안 했다. 진짜 어글리 코리안이다.)

아침치고는 늦은 시간(=10시)인데 손님들이 꽤 있어서 첫인상이 나쁘지 않다.
실내는 시원하고 테이블도 깨끗하다.
면도 팔지만 훈뚠이 주력인 것 같아
냉이훈뚠(特色野荠菜小馄饨, 31원)과 새우훈뚠(虾仁鲜肉小馄饨, 34원)을 주문했다.


역시 아침엔 뜨끈한 국물이지~
딱 만둣국 맛이다.
식사하는 중에도 쉴 새 없이 배달업체 주문이 들어오는 걸 보니 나름 동네 맛 집인가 보다.
고수를 조금밖에 안 넣어줘서 국물에서 고수 맛이 거의 안나는 게 아쉬웠던 것만 빼면, 우리도 맛있게 먹었다.
몸이 파업을 일으켰다.
피곤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언니도 그런 걸 보면 나이 탓인가 싶기도 하다... 아이고 삭신이야...
결국 12시 체크아웃할 때까지 빈둥대다가 타이파 주택박물관으로 간다.
체크아웃만 아니었음 숙소에서 더 버텼을 게 확실하다.
걸어서 10분 밖에 안 되는 가까운 거리인데, 어제는 따뜻하게만 느껴졌던 햇빛이 오늘은 이상하게 숨이 막힌다. 힘들어서 헉헉 대면서 걸었다.
(언니가) 어제보다 오늘 날씨가 더 괜찮다고 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내 컨디션이 별로인가 보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햇빛에 직접적으로 장시간 노출된 게 올여름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사진을 이것밖에 안 찍었다.
나머진 내 눈에 담았.. 지는 않고 그냥저냥 구경했다.

1층을 세로로 나눴을 때 오른쪽 구역은 응접실 및 서재, 왼쪽은 식당과 주방이고, 2층이 침실이다.
2층에 부부 침실 1, 자녀 침실 1, 화장실 등이 있다.
계단과 최소 너비의 복도만을 남기고 구획을 빡빡하게 나눴는데도 집이 좁다.
직원이 입구에서 동시 관람 인원을 조절하면서 들여보내던 게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그나저나 자녀 침실이 하나밖에 없던데 한 명 더 태어나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ㅎㅎ
당시 동양에서 살던 서양인의 실내 인테리어(?) 취향이 비슷비슷했는지, 대만의 단수이 홍마오성에서 봤던 영사관저와 전반적으로 비슷한 느낌이라 이곳이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바로 옆엔 기념품 파는 곳이 있어 포르투갈 느낌이 물씬 나는 코스터를 구입했고,
더운데 쉬었다 가려고 연못 가 벤치에 앉았다.
벤치에 앉으니 정면으로 연못이 있고 연못 너머로 어젯밤에 봤던 코타이 스트립 호텔이 보인다.
화려한 조명으로 무장한 어제와 달리 낮의 호텔은 매우 수수하게 보인다.


벤치에 앉아서 했던 매우 중요한 일이 있으니, 바로 점심 먹을 식당을 찾는 거다.
어제 세나도광장 쪽에 있던 포르투갈 식당들이 모두 브레이크 타임이었다. 이곳 주변에 점심을 먹을만한 포르투갈 식당이 있는지 찾다가 멀지 않은 곳에 후기가 좋은 식당을 있는 걸 발견했다.
맛있고 친절하단다.
자, 밥 먹으러 가자.
구글 지도를 켜고 밥 먹으러 가는 길.




쿤하거리에 도착.
수많은 인파를 뚫고 골목 한 귀퉁이에서 발견한 우리의 목적지, 포르투갈리아다.

예약을 받나 보다. 들어가니 예약했냐고 묻는다.
예약하지 않고 그냥 들이닥친데다 딱 점심 시간대라 자리가 없을까 순간적으로 쫄았는데, 다행히 (홀 한가운데이긴 하지만) 자리를 할당받았다.

포르투갈 음식의 시그니처 같은 조개 스튜 ("Bulhão Pato" Clams, 158원)와 대구 그라탕(Codfish Natas, 188원), 디저트로 푸딩(60원)과 포르투갈 전통 디저트인 레이트 크렘 (Leite Cream, 60원)을 주문했다. 추가 주문한 제로콜라(32원)와 커피(39원)까지 총 590.7원 (service charge 10% 포함)이다.







사람마다 입 맛이 다르다는 걸 느낀 게,
조개 스튜는 첫 입엔 맛있었는데 먹을수록 느끼해져서-국물이 짭조름하니 맛있었는데 몇 번 먹으니 급 느끼해짐- 결국 콜라를 시켰다. 약간 더위를 먹은 상태라 찬 음료를 일부러 안 마시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언니는 조개 스튜는 괜찮은데 대구 그라탕이 느끼하단다. 난 대구 그라탕이 맛있기만 해서 서로 입에 맞는 것 위주로 먹었다.
푸딩은 당연히 달았고, 계란향이 확 났다.
시중에서 파는 탱글한 젤리 같은 식감이 아니라 마치 카스테라를 우유에 적신 것 같은 식감이라 약간 독특했지만, 나쁘진 않았다.
푸딩이 달아서 그런지 레이트 크렘이 상대적으로 덜 달게 느껴졌고 식감도 부드러웠다.
위에 뿌려져 있는 설탕물이 굳어 있었는데, 그걸 깨서 크림과 함께 먹는 게 별미였다.
푸딩보단 레이트 크렘이 더 맛있었다.ㅎㅎ
생각보다 양도 많아서 다음에 또 온다면 둘이서 이것 하나면 충분할 것 같다.
맛도 괜찮고 서버들도 무척 친절해서, 마카오에 간다면 다시 방문할 의향이 있다.
(예전에 언니가 갔었던 쿤하거리의 또 다른 포르투갈 식당보다 훨씬 맛있단다.)
밥을 먹고 나오니 쿤하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관광객이 많았고 그만큼 호객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밥을 먹으면서 충전된 기운이 햇빛을 받으니 바로 방전된다.ㅜㅜ
더운데 사람 많은 곳에 있기 싫어서 콜로안 빌리지로 바로 가기로 했다.
사실, 콜로안 빌리지보단 버스를 타는 게 목적으로, 내 다리로 움직이는 건 힘이 드니 버스를 타면 더위도 피하면서 공간 이동 효과도 있는, 일석이조의..ㅎㅎ
그런데 버스를 타려면 아까 우리가 왔던 타이파 주택박물관 방향으로 돌아가 우리 숙소 앞으로 가야 한단다. (인 호텔 마카오! 교통의 요지로 진짜 인정한다!)
그래, 밥 값은 해야지.
버스를 타러 숙소 쪽으로 간다.

더위를 핑계로 쿤하 거리도 대충 구경하고 타이파 빌리지도 안 갔다.
한국에 돌아오니 이런저런 아쉬움이 크다.
다음에 다시 가면 꼭 제대로 구경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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