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충청도

2022 충북 제천 가족여행

속좁은 바다표범 2023. 3. 30. 00:30

언니네 회사에서 휴양소가 당첨됐다.
제천 위치한 곳으로 휴양소 비용은 무료고 비용에 대한 세금만 내면 되는거라 이게 웬 떡이냐 싶어 신나게 연차를 냈다.
(우리 회사 휴양소는 유니콘 같은 존재라 웬만해선 당첨되기도 힘들고, 당첨돼도 내가 돈 내고 가는건데... 그지같은 회사)

 
집 앞 돼지갈비 집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





제천에 도착해서 숙소 체크인을 했는데 딱히 할건 없고-완전 무계획으로 갔다- 저녁 먹기까지는 시간이 좀 있어 의림지에 갔다.

금요일 오후라 오리 자전거도 운영하지 않고 상점도 다 문을 닫았지만, 사람이 많지않아 산책하기는 좋았다.

 



산으로 둘러쌓인 내륙지역이라 약초가 특산이란다. 
건강식을 좋아하시는 아빠를 위해 저녁은 약초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에 가서 먹기로했다.
 
약초 쟁반과 함께 나온 수육.

육수에 약초, 버섯, 수육 등을 담가서 샤브샤브같이 익혀 먹는건데 간이 심심하다 못해 싱거워서 진짜 건강해지는 느낌의 음식이었다.

아빠는 엄청 만족스러워 하셨고 언니는 목욕탕 냄새가 난다고.ㅎㅎ (목욕탕 냄새..동의한다..;;)

우리는 배가 크니까 수육을 추가까지 해서 먹고는 배를 두들기며 숙소로 들어갔다.



[두 번째 날]

조식은 숙소에서 먹고-다회에 걸친 부모님과의 여행을 통해 아침은 무조건 숙소에서 주는 조식이 최고라는걸 깨달았다.- 청풍문화재단지에 갔다.

엄마랑 나는 적당히 깔짝 거리면서 구경다녔고, 아빠랑 언니는 저 멀리 성곽(?)같은 곳까지 올라갔다.

아빠와 언니가 내려오길 기다리며 찍은 청풍호 한편.

 


점심은 시내로 나가 하얀민들레돌솥밥을 먹었다.
관광지도의 음식점 리스트에도 있고 평도 나쁘지않아 가봤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맛있고 가격도 착해서 놀라웠다.

 
돌솥에서 밥을 덜어 양념장에 비벼먹고 돌솥에 뜨거운 물을 부어 누룽지로도 먹었다.

오랜만에 집된장으로 끓인 된장찌개를 맛볼 수 있었고 반찬도 하나하나 직접 한 것 같은 맛이어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반찬으로 나왔던 된장고추지를 추가로 사왔는데 너무 맛있어서 지금도 언니는 고추사러 제천에 가자고 한다.



무계획으로 오긴했지만 진짜 할게 없었다.
고씨동굴에 가려고 영월로 넘어갔다.
환선굴을 기대하고 갔는데...

 
 
안전모를 준 이유가 있다.
 
이건 뭐, 경사가 심하고 좁은 곳을 가야하는, 마치 극기훈련 같다. 안전모를 안 썼으면 동굴 천장에 머리가 부딪혀 깨졌을지도.

 

동굴 속에서 봤던 그나마 예쁜 모습.


 왕복 한 시간의 동굴탐험으로 본 게 저거라서.. 알았으면 안 들어갔을거다.

부모님은 자칫 발을 잘못 디디면 미끄러질까봐 (동굴안에 물도 흐르고 습해 바닥이 미끄럽다) 긴장한 채로 계단 난간을 꽉 쥐고 다니셨다.


동굴 밖으로 나와서 뭐 이런데가 있냐며 궁시렁대고 있는데, 지나가던 어떤 아저씨가 큰 소리로 "옘병할!! 힘들어 죽겠네!!" 이러고 가는거다.
우리 식구가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해 준것 같아서 식구들이 동시에 빵 터졌다. 
이후로 우리식구는 고씨동굴을 옘병할 동굴로 불렀다.ㅋㅋ



힘들게 움직였으니 저녁은 맛있는걸 먹어야지.
로컬 맛집이라는 고기집에 갔는데, 진짜 손님이 많더라. 조금만 더 늦었어도 자리가 없었을 뻔 했다.

한우 특수부위 4인분.
안창살과 살치살인데 입에서 살살 녹는다.

환상적인 마블링.
(문득 저런거 먹고 다녀서 콜레스테롤이 높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양심상 이 정도 마블링 고기는 안 먹는데..;;)

4인분만 먹었어야 했는데 2인분을 추가해서 배가 터지는 줄 알았다.
부모님이 더 드실것 같이 말씀하셔놓고는 거의 안 드시더라.
고기를 남길 수 없으니 언니랑 열심히 먹었다. ㅜㅜ



[세 번째 날]
 
아침부터 청풍호 모노레일 표를 사러 나왔다. 
어제 오후에 모노레일을 타러 갔었는데 매진이라 오늘 두 번째로 간거다.
아직 매표소 문이 열리기 전인데도 이미 줄이 길어 좀 긴장했지만 다행히 원하는 시간대의 표를 사서 숙소로 복귀했다.


어제 저녁의 과식으로 아침은 건너뛰었고
고씨동굴의 후유증으로 다들 피곤해 오전 내내 숙소에서 빈둥댔다.

평이 좋은 떡갈비집을 찾았는데 숙소에서도 가까워서 거기서 점심을 먹기로 결정했다.

떡갈비 돌솥밥 정식이 '제천치고는 가격이 좀 있네?!' 라고 생각했는데 떡갈비 양이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셀프무한리필 반찬이 종류도 다양하고 맛있어서 이 정도면 이 가격을 받을만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떡갈비 없이 반찬만으로 밥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반찬이 맛있어서 밑반찬 몇 개와 게튀김은 별도로 구입해서 갖고왔다.

1인당 떡갈비 1개인데 부모님이 배신을 하셔서 남은 떡갈비는 또 나랑 언니가 먹었다.ㅜㅜ



점심도 과식이라 모노레일 탑승장 근처 마을(?)에서 탑승시간을 기다리며 열심히 산책을 했다.
모노레일을 타러오는 방문객을 타겟으로 산책로를 조성한것같은데 지금은 방문객이 적어서 그런지 별도의 관리는 없어보이고 이전의 흔적만 남아있었다. 
 
뭐 그래도 탑승시간까지 시간을 보내기엔 충분했다.



모노레일은 비봉산 정상으로 향하는 것으로 경사가 좀 있다. 안전벨트를 하긴했지만 객차의 양 옆이 완전히 뚫려있어서 경사진 곳에선 심장이 약간 쫄깃했다.


모노레일에서 본 청풍호.


비봉산 전망대에서 본 청풍호.

 
 
이리저리 사진찍고 놀다가 내려가는 모노레일을 기다리며 아이스크림 한 컵.

 
 
모노레일 탑승을 마지막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제천에서 먹었던 지역 특산 음식들을 지금도 기억한다. (운이 좋게도 모두 성공적이었다.)
맛있는 거 먹으면서 쉬려고 무계획으로 간건데 연세에 비해 적극적이고 활동적이신 아빠 덕에;; 쉬지는 못했지만 또 다시 가고 싶을 정도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저녁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른 휴게소에서 옛날 도시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