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랑딸랑 종소리를 내는 소🐮를 보는 게 우리 엄마의 스위스에 대한 로망 중 하나.
마침 우리가 여행을 가는 시기에 호프슈테텐에서 소몰이 축제가 열린단다.
소몰이 축제는 여름철 고산 지대에서의 치즈 생산 시즌이 성공적으로 끝났음을 자축하는 행사로,
여름 내내 알프스 고지대에서 풀을 뜯던 소들이 큰 종을 목에 달고 마을로 내려오는 것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다.
호프슈테텐으로 가기 위해 슈피츠에서 아침 일찍 출발했다.
호프슈테텐 (Hofstetten bei Brienz)은 브리엔츠 호수 인근에 위치한 곳으로, 우리가 머무는 슈피츠로부터 약 40km 떨어져 있어 차로는 4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스위스다운 목가적인 풍경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면서도, 기대가 너무 커서 실망하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으로 갔다.
그리하여 오늘의 일정 :
- 원활한 주차를 위해 10시 전에 마을에 도착해야 함, 주차장 내비 주소는 Ballenberg West, Museum
- 11시 마을 퍼레이드, 12시 소몰이 행진
- 축제 현장에서 점심 먹기
- (시간 혹은 체력이 되면) 블라우제 (블라우 호수) 방문
호프슈테텐에 10시 즈음 도착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는지 주차장이 거의 찼지만, 주차 요원의 안내에 따라 주차장 내에 주차할 수 있었다.
주차장 근처에 오늘의 축제장인 흰 천막이 있다.
이곳에서 음식을 팔고, 안쪽에 음식을 먹을 테이블도 있다고 한다.
나중에 보니 밴드가 이 안에서 공연도 하더라.

펜스에 붙은 소몰이 축제 포스터의 확대샷.

그리고 마을 중심부로 향한다.
지극히 스위스스러운 초록초록한 풍경이다.
초록 들판이 눈앞에 펼쳐지니 눈이 편해지는 기분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보이는 현대식 건물.

초록 들판과는 안 어울리지만 딱 봐도 상점이 있을 것 같은 건물이라,
건물 앞 우측에 있는 대형 나무 소 근처에서 기념사진을 찍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예쁜 나무 소들이 우리를 반긴다.



나무 소를 비롯해, 나무로 만든 다양한 동물 기념품을 팔고 있다.


알고 보니 이곳은 Trauffer Erlebniswelt라는 곳으로,
수작업으로 목재 장난감과 기념품을 만드는 스위스 브랜드인 트라우퍼 Trauffer의 제품 제작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관이란다.
그냥 기념품 샵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스위스 관광지에서 파는 나무로 만든 소 기념품이 모두 이 회사 출신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는데, 신기하면서도 아쉬웠다.
미리 알았다면 더 천천히 둘러봤을 텐데.
우리는 이곳에서 소 두 마리를 구입했다.
목에 종을 달고 유방이 있는 것이 암소,
코에 꼬뚜레를 하고 있는 것이 수소다.

스위스 국기색인 빨간색부터 무지개 색까지 다양한 나무 소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우리는 익숙한 갈색소를 선택했다. 각 21프랑이다.
이후, 이 소들을 다른 관광지의 기념품 샵에서도 만났다.
그런데 융프라우요흐 기념품 샵에서는 19.8프랑 (대신 암소만 보였음), 융프라우요흐 터미널 기념품 샵에서는 18.8프랑이었고 수소도 있었다.
왜 본거지에서 파는 게 더 비싼지 모르겠다만, 깨끗한 화장실을 공짜로 사용했으니 시설 유지비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화장실은 지하에 있었는데 노약자, 휠체어를 위해 엘리베이터도 운영되고 있었다.)
밖으로 나오니 건물 앞에서 동네 중창단이 요들송 리허설을 한다.

가운데 아저씨가 메인보컬.
무심한 듯 시크하게 고음으로 요를레이~ 를 한다.
그리고 요들송 이후엔 알프호른 연주에 맞춰서 국기 돌리기를 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아.. 여기 잘 온 거 같다.
너무 재밌다.
국기 돌리기까지 보고는, 마을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길 가에 자리를 잡았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11시, 트랙터를 시작으로 마을 퍼레이드가 시작되었다.
(실제 사용하는 농기계인지 아니면 축제용으로 동원된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빈티지하게 보이는 트랙터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참고로 이 빨간 트랙터는 호프슈테텐으로 들어올 때 만났던 것으로, 속도가 너무 느려서-한 20~30km/h 정도였나-
내가 추월했던 트랙터다. 여기서 다시 보게 되다니.ㅎㅎ







그다음은 염소 떼가 지나갑니다~
아니, 지나가려고 했는데, 일부 염소들이 갑자기 대열을 이탈하고 도망가는 바람에 다시 잡아오는(?) 일도 있었다.



수습되기까지 난장판이긴 했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
바로 근처에 시원한 음료를 팔던 트랙터가 있었는데, 트랙터의 엔진 소리가 싫어서 도망간 거라고, 옆에서 함께 구경하던 분이 알려줬다.
(알고 보니 그분은 동네주민이자 요들송 중창단의 가족이었다)
이번엔 개가 지나갑니다~
맨 왼쪽 아저씨가 들고 있는 팻말에 적힌 BERNER SENNENHUND (버니즈 마운틴 독)는 스위스 베른 출신의 목동 개란다.



얘네들은 얌전히 잘 지나갔다.

그리고 길 한복판에서 시작된 요들송.
캬~ 아주 귀호강 했어요.

좀 아쉬웠던 것은, 요들송이 도로에서 본 무대를 했던 것처럼 알프호른 연주와 국기 돌리기도 다시 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거다.
국기 돌리기를 하기엔 도로가 좀 좁은가..??
한 번 더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쉬웠다.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대망의 소몰의 행진이 시작되었다.
(동영상 업로드가 안돼 영상을 캡처함)






종이 소 머리만큼 크다. 종이 커서 그런가 종소리도 생각보다 크고.
리기산에서 들었던 종소리가 맑은 딸랑딸랑이었다면,
이 소들의 종소리는 양동이를 숟가락으로 칠 때 들리는 것과 비슷한데 좀 더 높은음으로 들렸다.ㅎㅎ
그래도 상상만 하던 것을 실제로 보게 되어 너무 신기했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의 현장에 있는 기분이었다.
이 소들은 마을을 지나 흰 천막이 있던 축제장 근처까지 내려갔다.
그곳에서 풀을 뜯고 물을 마시더라.


꽃 장식은 뗐지만 종을 계속 달고 있어서 소들이 움직일 때마다 댕그랑댕그랑 소리가 났다.
목에 걸었던 종은 시간이 좀 더 지나니 떼어주더라.
소들아 고생 많았어. 덕분에 좋은 구경 했어.
축제장에서 먹거리를 판다길래 여기서 점심을 해결하려고 일부러 슈피츠에서 현금을 인출해 왔다.
은행이 휴무라 벽에 매립된(?) ATM에서 100프랑을 인출했고, 원하는 권종을 선택할 수 있어서 소액권으로 찾았다.
트래블로그 마스터카드 수수료 무료인 ATM이다.
Raiffeisenbank Thunersee-Kiesental - Geschäftsstelle Spiez · Spiez
www.google.com
처음 천막에 도착했을 땐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음식 주문 및 수령 프로세스를 확인하느라 지체했더니 사람들이 점점 오면서 주문 줄은 엄청 길어졌고,
천막 내 테이블과 땡볕 아래 테이블 모두 만석이 되었다.


음식 없이 자리를 먼저 맡는 게 좀 눈치가 보여서 천막 내 자리를 못 맡았는데, 다들 그냥 자리 먼저 맡더라.
심지어 다 먹고도 일어나지 않고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우리나라 같으면 다음 사람 앉으라고 얼른 비켜줬을 텐데..
하는 수없이 땡볕 아래로 나왔고, 입석 테이블 하나를 겨우 잡았다.

독어로 쓰인 메뉴판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주문을 하고 현금을 지불하면, 이런 종이 교환권을 준다.
(현금 찾아오길 잘했다. 현금 없었으면 굶을 뻔했다.ㅎㅎ)

종이 교환권을 주고 받아온 음식들.
소시지를 기본으로 하고 사이드를 다양하게 주문했다.

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Bratwurst mit Brot (7프랑) x 2개
- 구운 소시지와 빵: 그릇에 소시지만 주면 빵은 셀프로 챙겨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2~3개를 챙기길래 혹시 부족할까 봐 3개를 챙겼더니 양이 생각보다 많았다.
Bratwurst mit Älplermagronen (15.00 CHF)
- 구운 소시지와 스위스 알프스식 마카로니 치즈: 스위스식 맥앤치즈로 이것으로 알프스 목동들이 산에서 끼니를 때웠단다.
추운 알프스 고산지대에서 매일 거친 육체노동을 하며 소를 몰던 목동들에게 적은 양으로도 순식간에 높은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이 고열량 식사가 생존을 위한 에너지원이었다고.
마카로니 파스타가 쫄깃했고 마카로니를 버무린 꾸덕한 치즈는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했다. 여기에 달콤한 사과소스까지 곁들이면 단짠단짠, 최고의 조합이다.
평소 치즈를 좋아하시는 엄마가 너무 맛있다며 집중 공략 하셨다. (고열량이라는데..😂)
Bratwurst mit Kartoffelsalat (12.00 CHF)
- 구운 소시지와 감자 샐러드: 감자 특유의 텁텁한 맛을 좋아하지 않아 감자 샐러드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여기 샐러드는 식감도 맛도 깔끔했다.
담백한데 새콤한 맛도 나서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는 맛이었다. 나도 모르게 계속 손이 가는.. 새우깡 같은 샐러드.
그리고 음료는 스위스의 국민 탄산인 Rivella 리벨라를 주문 (5프랑 x 2개).

다른 테이블에서 다들 이걸 마시길래 우리도 따라 샀다.
유청을 베이스로, 천연 과일 및 허브 추출물, 탄산을 더해 만든 밀크소다라고 한다.
익숙하지 않은 맛이라 맛을 묘사하기는 어려운데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 맛은 아니었다. 우리 식구는 모두 맛있게 잘 마셨다.
우연하게 알게 되었고 일정에 맞아서 찾아온 곳인데,
축제는 재밌었고 음식은 맛있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하루였다.
이래저래 서 있는 시간들이 많아서 힘들었을 텐데도 부모님은 즐거우신가 보다.
블라우제 Blausee에 가자고 하신다.
네?! 안 힘드세요?
차에 실려가는 거라 괜찮다고요?😂
블라우제에 들렀다 숙소로 복귀해야겠다.
+ 호프슈테텐 주차장의 주차요금은 기계에서 선결제해야 하고, 현금 동전만 투입이 가능하다. 아니면 앱을 설치해서 계산하든가.
여러 앱 중에 그나마 한국에서 들어봤던 EasyPark를 설치했고, 카드 연동까지 시켜서 잘 사용했다.
정기 구독을 하지 않으면 주차비에 약간의 수수료를 청구하는데-벌써 기억이 가물가물-
편리함을 생각한다면 수수료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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