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1] 퀘벡
드디어 퀘벡이다.
캐나다 첫 도시, 여행 계획 세울 때 가장 관심 있던 도시이자 드라마 도깨비의 도시이기도 한 퀘벡.ㅎㅎ
당시 도깨비의 인기는 어마어마해서 드라마 본 방송을 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드라마 내용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재방송과 패러디가 넘쳐났다.
배경으로 나왔던 퀘벡이 너무 예쁘게 비춰져서 한 번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캐나다 관광청의 큰 그림 #성공적)
나이아가라 폭포만 보러 캐나다에 입국하기엔 뭔가 2% 부족할 것 같아서 퀘벡에 왔고, 오늘의 여행 테마는 드라마 도깨비 따라잡기다.
아침 먹기 전에 어제 밤에 못했던 짐 정리를 하다가 캐리어 안에서 종이를 한 장 발견했다.
잃어버린(잃어버렸다고 생각한) 내 캐리어 커버와 함께.

내 캐리어 커버는 벗겨진게 아니라 공항 보안 검색대에서 커버를 벗기고는다시 씌우지 않은거였다.
뭘 보려고 했을까.
유력한 용의물건으로 믹스커피가 의심되기는 하는데..
잘 모르겠다.
어쨋든 캐리어 커버를 찾아서 기분이 좋고, 또 TSA Lock 방식의 캐리어는 처음인데 사자마자 효과를 본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만약 잠금 장치를 파손했다면 남은 일정동안 난감했을 거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아침을 먹고 밖으로 나선다.

성벽으로 둘러쌓인 도시답게 숙소에서 멀지않은 곳에서 바로 돌다리와 돌계단 등을 볼 수있었다.


이리 저리 다니다 단테의 두상을 만났는데,
햇빛이 강해 선글라스를 끼고 있느라 두상 아래 설명을 제대로 보지못했다. 그래서 이탈리아 시인의 두상이 왜 캐나다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도깨비 호텔 샤토 프롱트낙이 멀지않아 걸어가보기로 한다.
얼마 지나지않아 호텔의 끄트머리가 보이고-난 왜 항상 건물 앞쪽이 아니라 뒷쪽으로 갈까-
호텔의 왼쪽엔 작은 광장도 있다.

광장을 지나 오른쪽으로 돌면 보이는 샤토 프롱트낙. (이름이 어렵다. 그냥 도깨비 호텔로 불러야지.)

지대가 높다보니 세인트로렌스 강이 내려다 보여 도깨비 호텔을 뒤로 하고 잠시 강을 따라 걸었다.
이 곳 나무데크 길이 뒤프랭 테라스란다.

드라마 따라잡기 #1.
호텔 안에 있는 금색 우체통.
호텔 입구를 지나

엘레베이터 사이에서 금색 우체통을 찾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런 우체통이 호텔 안에 여러 개가 있다고. 그래서 이게 드라마에 나왔던 그 우체통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처음엔 남의 영업장에 용건없이 들어가는 게 좀 그랬는데, 로비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보니 나는 지나가는 사람1 정도의 존재감이라 괜찮았다.ㅎㅎ
드라마 따라잡기 #2.
쁘띠 샹플렌 거리의 빨간문.
볼거리들이 올드퀘벡에 몰려있어 쁘띠 샹플렌 거리를 찾는 게 어렵지 않았다.

상점들이 계단 아래에 있어서 일단 내려간다.
계단이 생각보다 길어 나중에 올라올 때 좀 힘들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거리가 예쁘고 상점 간판들도 독특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너무 덥다.
더위를 피해 젤라또 집으로 들어갔고,
와플컵이 먹고 싶어서 아무생각 없이 와플컵을 선택하고 봤더니 세 가지 맛이나 고르란다.

사실 셋 다 평소에 즐기는 맛은 아니다.
더 나은 선택지가 없어보여서 주문한건데 역시 추천은 추천이다.
카라멜 맛이 정말 맛있었다. 생각보다 달지않고 깔끔한 맛이다.
더위를 피할 겸 들어갔지만 에어컨 바람을 쐬며 아이스크림을 먹으니 시원하다 못해 춥다.
따뜻함을 찾아 다시 더워 속으로 나온다. (이랬다 저랬다 뭐하니)
당도 충전했겠다 빨간문을 찾으러 왔던 길을 되돌아갔고 드디어 낯익은 빨간 문을 발견.
딱 봐도 폐문같이 보여서 긴가민가했다.


실제 거리에서는 생각보다 존재감이 없는 문인데 이 문에 공간이동 서사를 부여할 생각을 하다니.
재미있는 연출이다.
건물 옆면에 그려진 벽화가 인상깊어 찍어봤다. 캅 블랑 (Cap-Blanc)이라는 항구의 역사를 묘사하는 벽화란다.


쁘띠 샹플렌 거리 구경을 마치고 거리 초입으로 되돌아와 긴 계단을 올라왔다.
루이 14세 흉상이 있는 이 곳은 place royale.
주변엔 카페와 음식점들이 있다.


골목 골목을 구경하다 강렬한 수탉의 벼슬에 이끌려 들어가본 갤러리.

갤러리 안에는 다양한 색상과 크기의 수탉 친구들이 많이 있었다.
그림에 문외한이라 볼 줄도 모르는데 그냥 끌려서 작은 그림이라도 살까 고민하다가 짐이 될것 같아 관뒀다.
점심은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있는 Bello Ristorante 에서.



피자를 주문해서 그런지 서버가 식전빵을 먹을 건지 물어보더라. 달라고 했더니 좀 놀라는 눈치였는데 피자랑 식전빵은 다르니까.
피자에 조갯살이 많이 들었던 게 인상깊다. 레몬즙을 뿌려서 비린 맛 없이 맛있게 먹었다.
역시 구글 평점이 적당히 높은 곳으로 가면 실패 확률이 낮다.
숙소에서 잠깐 쉬다가 도깨비 가문 묘비가 있는 도깨비 언덕에 가보려고 다시 길을 나선다.

근데 밥도 먹고 쉬었는데 벌써 피곤하다..
카페인이 필요해 동네 매점 같은 곳-에어컨 없음- 에서 커피 한 잔.
이열치열이라고 더운 날 따뜻한 아메리카노다.

창밖으로 보이는 바깥.

드라마 따라잡기 #3.
도깨비 언덕.
(검색을 통해) 도깨비 언덕이 아브라함 평원이라는 걸 알고 열심히 그쪽으로 갔는데, 가도 아무것도 안보인다.
구글 지도에 세인트로렌스강 뷰포인트라는 곳이 있길래 혹시나 해서 가봤는데 역시 호텔은 안보이고 강만 보인다.

바로 근처에 시타델-영국군 요새였던 곳-이 있길래 그곳 구경이나 했다.
사진 촬영을 못하게 하는 곳이 많은데다 더위에 제정신이 아니었던건지 시타델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왜 간거지..;;


분명 도깨비 언덕이 아브라함 평원이라고 했는데 왜 도깨비 호텔이 안보일까.
도무지 이해가 되지않는다.
그냥 돌아갈까하다가
지금 있는 곳과 도깨비 호텔과의 거리를 생각했을 때 이곳에선 절대 호텔이 보이지 않을 것같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생각이란걸 참 빨리도 했다...;;
호텔이 보일만한 언덕을 찾으며 호텔이 위치한 방향으로 걷다 드디어 찾았다!!
바로 여기.

언덕에 앉아 한참을 쉬다가 내려왔는데 내려오는 길이 참 예쁘다.
엄청 헤맨 것에 대해 보상을 받은 기분이다.

드라마 따라잡기 #4.
퀘벡주의사당 앞 분수대.
여긴 어렵지 않게 찾았다.ㅎㅎ

숙소로 돌아와 점심에 남긴 피자와 블루베리로 저녁을 먹었다.
원래 과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집을 나와있으니 스스로 챙기게 된다.

드라마 따라잡기 #5.
라 부티크 드 노엘.
저녁 먹고 쉬다가 산책할 겸 동네 한 바퀴를 돌았는데 우연히 발견했다. 반가워라.
일년 내내 크리스마스 용품을 파는 곳이다.

오늘의 일정은 이걸로 끝인 줄 알았는데 같은 방을 쓰는 친구들이 밤에 구경을 나가자고 한다.
혼자 여행을 오면 밤에는 절대 안나가는데,
특히 브라질에서 온 친구가 자신이 전 날 갔던 드랙퀸 공연이 끝내줬었다고 재차 권해서 호기심에 따라나섰다.
이 날 처음으로 클럽에 갔다.
우리 일행이 우리 나라라면 입구컷을 당할 연령대인데-나 포함해서- 이곳은 그런거 없나보다.
클럽에 들어가니 남녀노소 음악 소리에 맞춰 열심히들 즐기더라.
드랙퀸이란 것도 처음 알았는데 여러모로 나한테는 문화 충격이었다.ㅎㅎ
스스로는 절대 클럽같은 데에 갈 일이 없는데 나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하루종일 구시가지 골목 골목을 다녔다.
꼭 유명 스팟이 아니더라도 골목 자체가 아기자기하고 예뻐서 그냥 보기만해도 힐링되는 곳인데 더위때문에 충분히 즐기지 못한 게 아쉬움이 크다.
이번 퀘벡 여행 테마가 도깨비 따라잡기이긴 했다만 다음에 다시 올 기회가 있다면 동네 자체를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