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제주도

2023 제주 가족여행 1

속좁은 바다표범 2023. 4. 5. 00:11

콧바람 쐬러 어딘가 가고는 싶은데 사람이 붐비는 건 또 싫어서 그나마 여행객이 뜸할 것 같은 구정 이후로 제주 가족 여행을 계획했다.

목-일(3박4일)의 일정이나
목요일 오후에 김포에서 출발하고 일요일 오전에 김포에 도착해서 실질적인 여행일은 꽉 찬 이틀이다.
더 긴 건 체력적으로 자신이 없..

원래는 출근 전 날 충분히 쉬고싶어서 토요일 밤에 돌아오려고 했으나
종일 외부활동을 하다 저녁에 비행기를 타는 건 부모님께서 너무 힘드실 것 같아서 숙소에서 쉬고 돌아오기로 했다.


얼마만의 비행기 탑승인지..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



[첫째날]
도착하자마자 호텔에 짐을 풀고는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이전에 먹어보지 않았던 제주 향토음식을 먹고싶어서, 미리 찾아놨던 음식점에 가서 갈치국을 주문.

갈치가 둥둥 떠다니는 비주얼과 다르게 비린내가 나지않고 맛있다. 국물이 담백하고 칼칼하다. 
매운 맛이 비린내를 잡아준단다.

블로그 등에서 현지인이 소개시켜줘서 갔다는 글을 봤었는데 진짜 현지인만 가는지 사장님이 사투리를 제대로 쓰신다. (처음엔 말귀를 못알아들었다.) 
그 동안 직/간접적으로 접한 제주 사투리 가운데 단연 최고.

현지인 식당답게 가격은 다른 곳 보다 저렴했으나, 식당 내외부가 많이 허름하고 깔끔하지 않아 부모님의 재방문 의사는 0%.
언니는 음식이 맛있다며 재방문 의사 100%.

그럼 나는? 언니랑은 다시 가고 부모님이랑은 안 가면된다.ㅎㅎ




저녁을 흡입하고는 소화시킬 겸 동문재래시장으로 야시장 구경을 갔다.
동문시장에는 갈치사러 간적만 있어서 저녁시간에 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에서 과즐과 오란다를 사고


제주벨미라는 육포집에서 흑돼지육포도 구입했다. 신선한(?) 육포는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진공 포장이 된 것으로 주는데 패키지가 예쁘고 깔끔해서 주변 사람에게 가볍게 선물하기 좋은 것 같다. 심지어 5개 세트는 아래 상자에 담아준단다.
(택배주문은 문자로만 가능하다고 해서 명함을 받아왔다. 명함에 주문 방법이 자세히 써 있음.)


제주 돈육 산업 발전을 위해 산학연 연합 법인에서 생산한 것이라는데, 이런 곳이 잘 돼서 양돈 농가들의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먹자로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야식을 파는 점포들이 많은데, 구경하는 사람들과 야식을 사기위해 줄을 선 사람들-대부분 젋은이들-로 인산인해였다.
어떤 점포에서는 바닥이 울릴 정도로 음악을 크게 틀고 조명을 반짝이며 먹거리를 판다.
다른 사람들은 음악 소리에 어깨를 들썩이며 즐기지만 난 큰 소리의 파장에 예민한 편이라 잠시 피해있었다..;;


우리는 전복김밥과 김치말이삼겹살을 샀다. 특히 김치말이삼겹살은 학생들이 길에 서서 먹는 모습을 보고 맛있어보여서 따라 산거다.ㅎㅎ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제주 맥주 구입.
한 캔에 4,000원인데 네 캔에 11,000원이라고해서 당연히 네 캔을 샀다.ㅎㅎ
(우리 가족이 알콜에 약해서 애초에 다 마실 자신도 없었지만 역시나 두 캔이 남았고 남은 건 집으로 갖고왔다;;)



야식 타임~
맥주 한 캔을 아빠와 내가 나눠 마시면서 제주에서의 첫 날을 마무리한다.

전복김밥은 담백했고 김치말이삼겹살은-비주얼은 좀 그렇지만- 속에 양배추가 들어있어 아삭하니 맛있었다. 
옆에 넣어준 양파를 곁들이니 느끼함이 잡히는 것 같다.





[둘째날]
회사일이 바빠 하루 늦게 도착한 동생을 픽업하러 아침부터 공항에 다녀왔다.
앗싸~ 동생이 왔으니 앞으로 운전은 동생 시켜야지.ㅎㅎ

오전 일찍 체크아웃이라 부모님의 오션뷰 방이 좀 아까웠으나, 아침에 가보니 두 분이서 커튼 열어놓고 모닝 커피를 마시며 열심히 셀카를 찍고 계셔서 덜 아까웠다.

이..이건 오션이 아니라  방파제와 항구네.ㅎㅎ




아침 식사를 할 식당은 회사 게시판에서 알게된 곳이다.
두번째 제주 향토음식, 각재기국을 먹으러 앞뱅디식당에 왔다.

제주에 처음 왔을 때 그 유명한 돌하르방식당에서 각재기국을 먹었었다.
생선국을 먹으러간다고 해서 비린내에 약한 나는 좀 곤욕스러웠는데-연구실에서 단체로 온거라 싫다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막상 먹어보니 비린내가 안 나고 담백해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가족들 모두 각재기국이 처음이지만 나의 추천에 각재기국으로 메뉴를 통일했고 (동생만 멜국 선택) 멜튀김을 추가했다.


튀김은 맛있고, 국에는 된장이 풀려있어서 구수한 편인데 나한테는 좀 비린 맛이 느껴져 청양고추 다진 걸 넣어서 먹었다.
갈치국집 사장님이 알려준 걸 바로 응용한건데 신기하게도 정말 비린 맛이 잡히더라.ㅎㅎ

뚝배기를 숟가락으로 저으니 각재기랑 눈이 마주치거나 옆구리 지느러미(?)가 국 위로 올라올 정도로 생선으로 가득찼다. 
두 동강난 각재기 한 마리와 다른 한마리의 대가리 부분, 총 세 덩어리가 들어있었는데 시각적으로는 좀 그랬지만, 신기하게도 생선 자체는 담백해서 맛있다.
동생은 멜국에 들어있는 멸치를 쌈까지 싸서 야무지게 먹더라.

다음에 다시 올 기회가 있다면 언니는 멜국을, 부모님과 난 각재기 조림을 먹어보자고 했다.





제주 전통배인 테우를 타기위해 한라산을 가로질러 쇠소깍으로 갔다.
쇠소깍은 효돈마을에 있는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곳이다 했더니, 회사 게시판에서 효돈농협의 귤이 맛있다고 해서  효돈마을 귤을 주문한 적이 있었다. 괜히 반가움.ㅎㅎ


승선까지 시간이 좀 남아 마을 해안가를 거닐며 시간을 보냈고(화산활동의 영향인지 모래사장이 검은색이다),



승선 시간이 되어 구명조끼를 입고 배에 탔다.

전통배라더니 한 눈에 봐도 뗏목이라 살짝 실망스러웠다. 그런데 뗏목이 제주 말로 '테우'란다.ㅎㅎ (뗏목을 움직여 주시는 분이 설명해주심)

별도의 동력이 없으니 고정된 밧줄을 당겨서 배를 이동시키며 주변에 대해 이런 저런 설명을 해주시는데, 잘 안들려서 그저 예쁜 경관만 열심히 본 듯하다.

아, 제주에 있는 에메랄드 빛의 바다와 다르게 이곳의 물은 청록색으로 보이는데, 모래가 검은 모래라 진하게 보이는거라 했다.


 
뗏목에 실려갔다 실려온 것 밖에 없는데 당이 떨어졌는지 피곤하다.

당 충전을 위해 근처 카페를 검색하다가 생긴지 얼마 안됐다는 귤바테라는 카페를 찾았다.

효돈 마을에 귤밭이 많다보니 귤 수확체험을 할 수있는 농장이 꽤나 많은데 귤바테도 직접 농사지은 귤로 카페를 운영한다고 했다. 

일단 가보자.



네비를 켜고 귤밭들을 지나 도착했는데.. 카페는 어디..??


계단 앞의 나무 입간판을 보고서야 제대로 찾아왔다고 안도했다.



컨테이너 같은 외관과 다르게 카페 내부는 깔끔하고 멋스럽다.
반대쪽은 통유리로 되어있어 내부가 밝았고 통유리 밖으로 보이는 뷰도 예뻤다.

따뜻한 카페에 가득찬 갓 구운 쿠키냄새까지..
카페 선택이 성공적인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한라봉라떼(커피x), 청귤에이드, 귤주스, 스콘과 치즈쿠키 주문.

음료 맛있고 디저트도 맛있었다.

차 안에 간식이 없었다면 스콘을 좀 더 사고싶었는데, 이미 간식은 포화상태이고 앞으로도 먹어야할 게 많아 그러지 못했다.

분명 간식거리를 조금씩 샀는데 여기저기서 사다보니 총 양이 늘어 차로 이동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간식을 먹은거 같다.
결국 아빠는 음료를 더 못 마시겠다고 하셔서 네 잔만 주문했는데-병음료라도 있음 사려고 했는데 없었다;;- 그럼에도 사장님이 너무 친절하셔서 나가는 길에 귤잼을 구입했다.
음료와 쿠키를 먹어보니 당연히 잼도 맛있을 거라 생각한건데 집에와서 먹어보니 진짜 맛있었다.ㅎㅎ


카페 문 밖에서 댕댕이가 얼굴을 들이밀어 쳐다봤더니, 봉봉이란다.
농장 이름이 댕댕이 이름이다.ㅎㅎ


봉봉이 벽화까지~
아무래도 농장의 마스코트 댕댕이 인거 같다.


+ 카페를 나오는데 사장님이 옥상에도 올라가 보란다. 맑은 날엔 한라산도 보인다고.

날 좋을 땐 옥상 야외 좌석에 앉아도 좋을 듯하다.
안 추울 때 다시 와야지.

여기는 무조건 재방문이다!!




늦은 점심-혹은 이른저녁-을 먹으러 삼성혈 해물탕 서귀포점으로 갔다.
5인 해물탕을 파는 몇 안되는 곳이다.

서귀포점은 처음인데 주변에 서귀포시청, 경찰서, 소방서 등 관공서가 즐비하다.
공무원들이 일하는 시간이라 그런지 동네가 한적하니 조용해서 좋았다.


예상했던 맛 그대로다. 
역시 맛있게 잘 먹었고 사장님도 친절하셔서 기분 좋은 식사였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가기 전에 들른 서귀포올레시장.

동문시장이 진짜 재래시장이라면 여긴 관광객의 방문을 염두하고 조성한 시장같다.

통로가 훨씬 넓고 통로 한 가운데에는 쉬어갈 수 있는 벤치가 있다.
동문시장에서 봤던 먹거리/야식 점포들이 이곳에도 모두 있다.
먹을 걸 사면 벤치에 앉아 먹는건지 '음식을 담았던 종이 접시 등은 구입한 곳으로 반납하라'는 쓰레기 처리 안내가 벤치에 써 있었다.



오늘 숙박할 소노벨(구,대명리조트)에 도착했다.

듣던대로 외부는 야자수와 조명때문에 제주 분위기를 물씬 느낄수 있었고,
내부는 (오래됐으나 관리 잘 된) 전형적인 리조트였다.

피곤해서 리조트 야경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건 아쉽지만, 주변에 음식점, 카페 등 상점이 많아 편리했고 회사를 통해 조금이나마 저렴하게 예약해서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내일은 느즈막하게 일어나 일정을 시작하자며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