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23 타이완

무계획 타이베이 여행 3일차

속좁은 바다표범 2023. 4. 3. 21:20

일찍 잤더니 눈이 일찍 떠졌고, 아침부터 배가 고파 먹거리를 사러 시먼딩에 다녀왔다.
아침을 파는 골목이 있을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어느 골목인지 몰라 검색을 해보고 나간거였다. 역시 검색해서 찾은 곳 외에 주변의 여러 상점에서 아침을 팔고 있더라.

나름 깨끗해보이고 주문 프로세스가 체계적으로 보이는 곳에서
밀전병(빙)에 베이컨 말은 것, 빙에 계란이랑 요우티아오 넣은 것, 또장을 주문했다.

예상가능한 무난한 맛이다.
또장 컵이 다른 곳보다 좀 크긴했지만 32원 (다른 곳은 20원)이었고, 여행 중 유일하게 비닐봉투 값을 받은 곳이다.
아침식사 총 198원.


매일 마시던 커피를 걸렀더니 밥을 먹고도 정신이 안들어서 호텔 옆에 있는 카페로 갔다.
이번엔 전 날 갔던 곳의 바로 옆집이다.
MOUNTAIN KIDS.


좌석이 2층에도 있길래 올라갔고 2층에서 보는 북문 뷰는 이렇다.

이곳도 로스팅을 하는 곳인지 커피 종류가 엄청 많았는데, 에스프레소 커피가 당겨서 아메리카노(각 120원)와 마들렌(각 45원)을 주문.


커피가 부드럽고 깔끔한 맛이다.
평소 에스프레소 커피는 진한 걸 좋아하는 편인데, 맛있게 마셨다.




오늘은 단수이에 갈거다.
오전에 한참 빈둥대고는 점심 시간이 다 돼서야 슬슬 길을 나선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이 날도 어김없이 Z10 지하도로 들어갔고 어디선가 나는 고소한 냄새가 우리의 발길을 잡는다.
하아... 총좌빙 냄새.

아침으로 먹은 건 이미 소화되기 시작했고, 단수이까지는 지하철로 40분 가량 걸리니 하나만 사서 나눠먹기로 언니와 합의했다.
계란빙 50원.ㅎㅎ

바삭하고 고소해서 진짜 맛있었다. 내일 아침은 이곳으로 사러와야지.



단수이역에 도착.

주말이라 그런지 대만 사람들도 많이 놀러와서 거리가 엄청 붐빈다.
사람들 무리를 쫓아가며 다니면 웬만한 명소는 다 갈 수 있을 것 같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지도와 관광안내도를 받았으나 볼 틈이 없었..;;)

단수이강 사진을 좀 찍어주고
(구름이 껴서 흐리지만 비가 안 오는 것에 감사했다.)



바로 간식파는 상점으로가서 줄을 섰다.
취두부를 판다. 한 꼬치 35원.

언니는 취두부를 잘 먹지만 난 이번이 처음이다.
평소 언니는 청국장을 안 먹고 난 잘 먹었다.
언니는 청국장 같은 거라며 냄새는 별로지만 맛은 괜찮을 거라고 나에게 맛 보라했다.

처음 먹어본 취두부는?

언니가 나에게 하수구를 먹였다.ㅜㅜ
냄새만 하수구라고 했는데 먹어보니 맛도 하수구다.
먹다보면 적응될 거라고 언니 한 입, 나 한 입 번갈아 먹었는데 끝까지 하수구 맛.
숨 쉴때마다 입에서 하수구 냄새가 났다.ㅜㅜ

언니는 이 집 취두부가 다른 곳보다 약하다고 했다. 삭힌 맛이 약하니 소스도 약한 편이라고..췌..


이 곳도 줄이 길길래 따라서 섰다.
새우말이튀김 한 개 30원.

새우 만두 비슷한데 피가 만두보다 두껍고 훨씬 짭짤하다.
이걸 튀기기까지 했으니 그냥 먹어도 맛있고 소스 바른 것도 맛있었다. (좀 짜긴하다.)



배를 채우고 사람들을 따라 걷다보니
단수이 항구를 지나




홍모성(홍마오청) 매표소 앞까지 왔다.
입장료 80원.

이 요새로 올라가 침략자가 오는지 감시했다고 한다.


요새에서 바라본 단수이 강.


측면에는 이곳을 사용했던 나라들의 국기가 꽂혀있다.

(순서대로) 스페인, 네덜란드, 명(명황제가 정씨였단다.), 청, 영국, 일본, 호주, 미국, (드디어) 대만.


영사 관저로 사용했던 건물.


손님 방인데 창문을 통해 보이는 단수이 강이 예뻐서 찍어봤다.



홍모성을 나와 소백궁을 가려고 사람들을 따라가다보니 진리대학이 나왔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촬영지라는데 나는 영화를 안 봐서 잘 모른다.


그리고 옆에 있던 담강중학.
이 동네 건축 양식이 전체적으로 옛날 식이라 모두 예쁘다.


언니가 영화에서 본 건물이 이것같다고.
(왜 영화를 봤다면서 기억을 못하니!!)

이전엔 주말에 학교를 개방했었다던데 이젠 주말에도 막아놨다.
하긴 영화를 안 본 나까지 왔으니, 관광객에게 꽤나 시달렸을 거다.



담강중학을 지나 작은 길을 따라가니 소백궁이 나왔다.

영국 영사의 관저로 사용됐던 곳으로 작지만 예쁜 곳이다.
창문을 열기만 하면 보이는 이 경치가 너무 예쁘다.


정원도 예쁘게 꾸며져 있고.

(언니가) 영화 속의 주인공들이 산책하던 장소가 이 곳 소백궁인거 같다고 했다.



소백궁을 적당히 둘러보고 나오니 골목의 작은 음식점에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뭘 파는지도 모르고 주문 줄을 섰다가 음식 먹을 자리가 만석이라 아쉬운 마음으로 나왔는데
골목을 조금 더 내려가니 다른 음식점이 또 있었다. 어예!!

단수이 세자매 아게이라는 곳이다.
난 자리를 맡고 언니는 (아게이가 뭔지도 모른채로) 주문을 하러갔다.

찾아보니 유부주머니 안에 당면과 어육이 들어있는 단수이 향토 음식이란다.
우리가 못 먹을 게 없는 재료다.ㅎㅎ

소스는 티엔라(달고매운것)로 골랐는데 달콤한 떡볶이 맛이었고, 주먹보다 좀 큰 크기인데 하나 사서 둘이 나눠먹으니 딱 좋았다.

다음에 다시 먹을 기회가 있다면 쭝라(약간매운맛) 소스로 먹어보고 싶다.

아게이를 먹고는 돌아가기위해 단수이역으로 향했다.


종일 걸었더니 피곤해서 전철에서 졸면서 가는데 언니가 스린 야시장에 가자고해서 지엔탄역에서 내렸다.
오늘도 2만보 각이다..;;


스린 야시장 도착.



야시장은 역시 길거리 간식이지.
찐 감자에 치즈 소스를 부어 파는 곳에 줄을 섰다.
(먹고싶은 건 많지만 위장은 한정되어 있으니 나름 신중하게 고른 것이다.)

토핑으로 하와이안(파인애플, 옥수수, 베이컨)을 선택. (80원)

담백한 감자와 느끼한 치즈, 달콤한 파인애플의 조합이 맛있었다. 혼자 먹으면 느끼해서 다 못먹었을 것같은데 둘이서 나눠 먹으니 괜찮았다.


온 동네 사람들이 스린 야시장에 왔는지 사람이 엄청 많다.
인파에 밀려 이동하다가 또화 상점을 발견.
1981년에 문을 연 곳이라길래 오래된 곳의 또화는 맛이 어떨지 궁금해서 이 집 또화를 맛보기로 했다. 
본의 아니게 1일 1또화다.ㅎㅎ

토핑으로 타피오카펄과 알록달록한 투명젤리-뭔지 모름. 다른 사람들이 고르길래 따라 골랐음- 를 선택

특이했던게 순두부에서 중국 두부 특유의 탄 내가 났다. 
대만에서 먹은 또화에서는 탄 내가 전혀 없어서 두부 탄 내를 아예 잊고있었는데.
뭐, 난 두부 탄 내에 거부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옛 방식을 고수해 만들었나 싶어 그렇게 싫진 않았다.

그런데 순두부 만들 때 콩을 적게 넣었는지 두부에서 두부 맛이 덜 났던 건 좀 아쉬웠다. (두부 색이 투명해보이는데 맛도 연하다.)



단수이에서부터 야시장까지 주전부리만 먹어서 저녁은 제대로 먹으려고 한다.
까오지로 가기위해 다안산림공원역에서 내렸다. (똥먼역에서도 갈 수 있으나 다안산림공원역에서 가는게 더 가깝다.)


샤오롱빠오, (셩젠빠오가 품절이라) 샤오마이, 수안라탕, (반찬류가 품절이라) 양배추볶음을 주문. (1000원 + service charge 100원)

로컬 딤섬 특유의 꼬린 맛이 없어서 무난하게 맛있게 먹었고 양배추 볶음은 김치나 짠지 대용~ (한국에선 채소 볶음을 잘 안먹는데 이곳 음식과는 궁합이 잘 맞는지, 없으면 아쉽다.)
수안라탕은 기대했던만큼 시고 살짝만 매콤해서 맛있었다. 뜨끈한 탕을 먹으니 속이 풀리는 느낌이다.



이젠 숙소로 돌아갈 시간.
숙소가 시먼역과 타이베이 메인역의 중간인데
그냥 가긴 아쉬워서 시먼의 홍로우에 들렀다가기로 했다. (아이고 내 다리...)


시먼 홍로우.
일제시대에 지어진 타이베이 최초의 극장.

1층엔 카페를 비롯한 다양한 상점이 있고
(들어가자 마자 오르골들이 시선을 끈다. 너무 예뻐서 하나 사볼까 하면서도 집에 갖고오면 둘 곳이 마땅치 않을 것같아 그만뒀다. 출국하는 날 탑승게이트 쪽에도 오르골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좀 아쉽기도..)
2층엔 공방들이 있어서 스윽 보고는 나왔다.


밤의 시먼딩은 처음인데 흡사 우리네 명동/홍대입구 같다.
길거리 버스킹에 차력(?) 공연까지 구경거리가 많고, 한 껏 꾸민 젊은 친구들로 북적인다.
일요일인데도 늦은시간까지 사람들이 많았던 게 기억에 남는다.


우연히 발견한, 첫 날 덴뿌라와 루로판을 먹었던 곳. 여전히 간판은 없고 사람은 많다.


이곳도 첫 날 또화를 먹었던 곳.

가장 맛있게 먹었던 곳이라-여기 두부가 가장 진했다- 하나 사가려고 했는데 이미 영업을 종료하고 정리하고 있었다.
나중에 오면 꼭 다시 들르려고 아쉬운 마음에 간판이라도 찍었다.



오늘도 2만보를 걸었다.

내일이 출국날이라 짐 정리를 미리 하려고 했는데 피곤하니 만사 귀찮아서 내일 일은 내일의 나에게 맡기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