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7] 뉴욕 3일차
오늘의 주요 일정은 UN투어와 록펠러 센터의 Top of the Rock 전망대 방문이다.
집 떠난지 7일차, 슬슬 피곤해진다.
아침을 먹고도 침대에서 한참을 밍기적거렸는데 그래도 정신이 안들어 에너지드링크를 마시고 UN본부로 출발.


쉬러 와놓고 카페인을 먹어가며 다니는게 좀 모순적이다만 UN투어는 한국에서부터 예약을 했던거라 가야한다.
구매 완료 티켓이라 노쇼해도 다른사람에게 피해가 갈건 없는데 나는 간이 좀 작은데다 나름 취준생 입장이라-이미 결제한건데- 노쇼는 선택지에 없다.
UN본부에 도착해 검색대를 통과하는데 보안 스탭이 내 가방을 보겠다며 온다.
아, 드라이버.. 시계 스트랩 때문에 일자 드라이버를 들고 다니는데 그것 때문인거 같아 이실직고 했더니, 시계 때문에 드라이버를 들고 다니냐며 황당해한다.
결국 드라이버는 맡기고 들어갔다.
Personal Item : screw driver.

건물로 들어가 전 앞 마당(?)에 설치된 이태리에서 온 선물.

룩셈부르크에서 온 선물.
총구가 묶여 있는게 뭔가 유엔과 어울린다.

건물 로비(?) 쯤 됐었나. 역대 유엔 사무총장의 사진이 걸려있다.
가장 오른쪽엔 우리나라출신의 반기문 총장 사진. 국뽕으로 어깨가 한 껏 올라가는 순간이다.


유엔 근무 직원이 일일 가이드가 되어 투어를 시작한다.
일일 가이드는 파라과이 출신인데 영어 발음이 감탄스러울 정도로 깨끗하고 말하는 속도도 빠르지 않아 들을만 했다. 투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에 누군가가 '영어를 어디서 배웠냐'고 물었는데 (나도 계속 궁금했던ㅋ) 의외로 파라과이에서만 공부했단다. 그리고 투어 참가자에 비영어권 출신이 많아서 일부러 천천히 말했다고.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저런 실력이라니 대단하다. 아주 잠시긴하지만 나름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현재 회의를 하지않는 회의실은 구경할 수 있었다.
안전보장이사회, 일명 안보리 회의실이다. (문 앞에 있는 유엔 깃발도 괜히 멋있음)

저 하늘색 좌석 앞의 책상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이름이 적힌 명패가 있다. 지정석이다.

회의실을 나와서,
한 쪽 벽에 인권에 관련된 글과 그림들이 걸려있었고,

그 옆에 홀로코스트 희생자를 위한 유엔의 봉사활동 프로그램 자료가 걸려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17개 목표.

Golden Rule이라는 모자이크 작품.
전통 의상을 입은 각 나라의 사람들을 등장시켜 기독교 근본 윤리관인 황금률을 표현하고 있다.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대로 남을 대접하라.'
(전 세계 아이들을 등장시켰다 하는데 한복 입은 애는 안보여서 혼자만 빈정상함ㅜ)

어느 벽에 적혀있던 아래 글귀는 반기문 총장이 2010년 핵 확산 금지조약 리뷰회의에서 세계 정상들 앞에서 했던 말이란다.

'군축의 진전은 전쟁, 핵 확산 또는 테러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기다릴 수 없다.' ---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군축을 위한 실질적인 이익이 필요하고, 핵 없는 세상을 위해 핵실험 금지 조약, 핵분열 물질 생산 금지 조약 등에 대한 협상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이 벽 근처에 국가 간 군사충돌, 히로시마 핵 투하 등과 관련된 피해 자료가 전시되어 있었고, 가이드도 이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했다.
그리고, 유엔 총회의장.
뉴스에서만 보던 유엔마크를 실제로 보니 감회가 새롭다.


천장의 푸른색 돔. 푸른색이 의미하는 것이 있다고 했는데 이건 기억이 안난다...

총회의장을 마지막으로 투어가 끝났다.
유엔 본부의 끝판왕 같은 회의장이라 다들 한참동안 이 곳에서 사진을 찍었고, 간단한 질의응답 후에 일일 가이드와 헤어졌다.
나름 열심히 잘 들은거 같아서 뿌듯한 마음으로 나오다 길에서 우연히 발견한 주유엔대한민국 대표부 건물.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더니 우연히 만난 태극기와 한글 현판이 너무 반갑다.


Top of the Rock 전망대 입장 시간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어디가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때울까 생각하다 점심 먹을 겸 차이나타운으로 향한다.
차이나타운은 이번이 처음인데 (인천 차이나타운도 안가봤다.) 너무 중국이랑 똑같아서 실망스럽더라.
그냥 중국에 있는 기분이라 아래의 이 건물을 제외하고는 사진을 안 찍었다.

구글 지도를 검색해서 찾은 만두가게 Tasty Dumpling 에서 수안라탕과 만두 반 접시 주문.

마지막으로 수안라탕을 먹은게 몇 년 전 대만에 갔을 땐데 본토랑은 맛이 달라서 그저 그랬었다.
미국이긴하지만 워낙 주변이 중국스러워서 기대를 좀 했는데 여기도 별로.
수안라탕 특유의 시큼한 맛이 나야하는데 여기는 쓴 맛이 난다. 웬만하면 남기지않고 다 먹는 편인데 이건 거의 남겼다.
만두는 맛있었는데 만두를 많이 시킬걸.
차이나타운에 가면 꼭 들르려고 했던 아이스크림 팩토리.
시그니처가 두리안 맛이란다.
두리안을 좋아하는 편으로, 중국이나 대만에 가면 두리안을 꼭 사 먹고 이마트에서도 종종 냉동 두리안을 사 먹는다.
두리안 맛 아이스크림은 처음인데 역시 맛있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점심 먹었던 곳 근처의 공원에 와서 자리를 잡았다.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사람 구경을 하는데, 아.. 완전 중국이다.
공원 놀이터에 중국 아이들이 놀고있고 이들을 보살피는 조부모도 중국인.
모두 중국어로 말하는데 이곳에 있으면 영어 한 마디 안하고도 살 수 있을거 같다. 하긴 중국에서도 한국말만 하고 살 수 있으니.
같은 아시아인이라 그런지 오래 있어도 튀지 않아 한참을 멍 때리다 일어났다.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아 록펠러 센터 근처에 있다는 LOVE 조형물을 찾아 나섰다.
어떻게 어떻게 찾았는데 차도 많고 사람도 많은게 엄청 붐빈다. 커다란 분수대에 걸터 앉아 조형물을 바라보며 사람들이 뜸해지길 기다린다.

분수대에서 셀카 찍으며 꽤 오랫동안 혼자놀기를 하고서야 찍을 수 있었던 LOVE 조형물.

HOPE 조형물도 근처에 있댔는데 많이 돌아다녔더니 피곤해서 굳이 찾지 않았다.
확실히 피곤한 날이다.
아침에 마셨던 에너지드링크가 계속 생각나는..
일정을 정리하고 숙소로 돌아가고 싶지만 전망대 티켓을 미리 샀기에 꾹 참는다.
드디어 입장 가능 시간.

야외 전망대로 올라가서 찍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역광 때문에 사진이 뿌연게 꼭 미세먼지 많은 날 같다.


성냥갑 같은 고층 건물들.
창문이 작아서 그런지 갑갑해 보인다.
그러고 보니 판교 테크노밸리는 고층 건물들이 도시 경관을 해칠까봐 건물 외관을 (통)유리로 해야만 했다고 들었다.
도시 경관과 난방비의 트레이드오프라니..

저 흰 막대기 건물이 예뻐서 포커스를 뒀는데 무슨 건물인지는 모르겠다.
야외 전망대이고 고도가 높다보니 바람이 많이 불어 꽤 춥다.
조금 더 기다리면 해가 질거고 노을 뷰 맛집이래서 일부러 늦은 시간에 입장하는 티켓을 산건데,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리기엔 내 컨디션이 너무 별로다.
안타깝지만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일찍 내려왔다.
저녁은 숙소 근처의 한식당에서 해결.
일주일 만에 첫 한식이라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 김치볶음밥을 선택했다.
그 동안 아시안음식을 많이 먹었는데도 한식에 비할 바가 못된다.
접시를 핥아먹을 기세로 흡입했다.

오늘의 나, 고생 많았다.
일찍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