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9월 근황
이번 주부터 2주간 재택근무다.
지난 7월에만 내가 근무하는 층에서 코로나 검사자가 두 명이 있었고, 이 두 명 외에 코로나 확진자도 한 명 있었다.
코로나 검사자가 발생하기만 해도 검사자가 근무했던 층은 방역을 위해 조기 퇴근을 하는데, 방역수칙을 잘 지켜서 그런지 회사에서 일만 해서 그런지 코로나 검사자는 아주 가끔씩 나왔다.
같은 층에서 검사자가 나오면 다들 걱정하면서도 입 꼬리를 살짝 올리고 퇴근하곤 했는데, 뭔가 합법적으로 휴가를 받은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건물 저층부 첫 확진자가 우리 층에서 나와버렸다.
확진자가 나오면 해당 층은 3일을 폐쇄하고 건물도 저층부를 통째로 하루 폐쇄하여 소독한다.
건물 전체를 폐쇄하지 않기 위해 이전부터 고층부와 저층부를 나눠서 서로 간에 동선이 안 겹치게 관리하곤 했었는데, 우리 사업부의 개발팀은 대부분 저층부에 있어서 하루 동안 셧다운이나 마찬가지였다.
우리 층 근무자 전원은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나도 3일 재택근무 후에 사무실에 복귀하였는데, 확진자의 자리가 우리 파트 근처라 파트장을 포함한 우리 파트의 많은 분들이 추가 2주의 자가 격리 겸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재택근무 시스템은 미리 신청한 사람들만 사용할 수 있다.
갑작스럽게 회사에서 쫓겨나다 보니(?) 대부분 미신청 상태였고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이 일을 계기로 우리 파트 전원은 쓰든 안 쓰든 간에 재택근무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신청해야 했다. 그런데 이후에 또 우리 층에서 검사자가 나왔고, 그날은 출근하기도 전에 검사자 발생 공지를 받아서 출근 준비를 하다가 그대로 집에 머물렀다.
다른 건물에서도 빈번하게 확진자/검사자가 나오기는 했다만 한 달 새에 한 층에서만 3번의 셧다운(?)이 발생하니 회사에서도 재택근무 의무화를 대책으로 세운 것 같다.
그동안도 재택근무 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체 근무 인원의 10%를 3개 조로 뽑아서 3순환으로 재택근무를 시켰는데, 10%씩 3개 조니 30%가 재택근무를 한다는 기적의 논리를 내세우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진짜로 30% 인원을 2개 조로 뽑아 2순환을 시키면서 사무실 근무 인원을 전체의 70%로 맞추란다. 그러다 보니 파트의 60%가 의무적으로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파트장과 기타 보직장을 제외하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상이 되었고 희망자 외에는 "사다리 타기"를 통해 매우 높은 확률로 재택근무에 당첨되었다.
출근 준비를 안 하니 준비 시간 및 출퇴근 시간이 없다는 점은 마음에 들지만 생각보다 많이 불편하다.
서재 방의 PC는 본가로 들어오기 전에 내가 세팅해 놓은 것으로 본가에 올 때마다 가끔 사용하던 것이다. 장비 욕심 때문에 당시에 가장 큰 모니터를 들였음에도 회사에서는 더 큰 모니터를 그것도 두 개나 사용하니 지금 환경은 꽤 불편하다.
처음에는 세컨 모니터에서 보던 화면을 메인 모니터로 가져오는 방법을 몰라서 좀 많이 헤맸었다. 회사로 연락해 옆자리 사람에게 모니터 화면을 끌어와 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ㅎㅎ
또 보안 때문에 회사 시스템에 접속하기만 하면 캡처 기능을 사용할 수 없는데, 자료를 만들 때 캡처를 못해니 직접 타이핑을 해야 하고 보고 메일을 쓸 때 슬라이드 캡처를 첨부하지 못하는 것은 정말 정말 답답하다. 그러다가 오늘 발견했다!! 유레카!! 캡처하고 싶은 것을 PDF 파일로 만들면 PDF의 스냅샷 캡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어예!! 물론 PDF로 변환이 되는 자료여야 가능하지만 이전보다는 훨씬 시간이 절약된다. 슬슬 적응해 가는 것 같다.
한편, 일주일이긴 하지만 앉아만 있으니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게 느껴진다.
출근할 때는 사무실이 꽤 고층이라 하루 두 번 계단으로 올라가곤 했었다.
딱 점심/저녁 먹고 계단을 탈 수 있는 체력만 있었는데 일주일 안 했다고 바로 이전으로 돌아가는 거다. 슬프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아프니 딱 체력을 유지하는 정도로만 운동을 했었는데,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아파트 내 헬스장이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고 회사 일도 많아 야근 때문에 피곤하다는 핑계로 운동을 전혀 안 했었다.
워낙에 운동과 담을 쌓고 살아서 그런지 관성의 법칙에 의해 내 몸은 너무나 쉽게 저질체력으로 돌아갔고, 체력에 대한 심각성을 느껴서 회사에서 계단 타기라도 했던 거다.
회사 계단에는 임직원 건강을 위해 계단 타기를 독려하는 문구들이 많이 써 있는데 볼 때마다 괜히 찔리던 문장이 "바빴다는 건 이유였을까? 핑계였을까?"라는 문구다.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핑계 대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한 번 내뱉은 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려고 하는데 유독 운동에 대해서만 관대했던 것 같다.
운동을 즐기지 않다 보니 운동하는 환경만 바뀌어도 의욕이 확 줄어드는데 한 번 적응된 루틴이 바뀌면 그냥 하기 싫어진다.
출근할 때보다 밥도 덜 먹는데ㅎㅎ 벌써부터 몸이 불편하니 어제부터 간단하게 집 앞 공원에 나가고 있다.
어제는 오랜만이기도 하고 바닥이 젖어서 그런지 힘만 들고 운동 효과는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오늘은 어제보다는 나은 것 같다.
야외라 헬스장처럼 뛰기도 힘들고 기구도 부족하지만 나름의 운동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아, 재택근무에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은 드디어 글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소소하지만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기록을 남기곤 했었는데, 주로 자기 전에 핸드폰으로 글을 쓰다 마무리를 못한 채 기절해서 임시저장된 글만 8개다. 특히, 퇴근 후에는 웬만하면 컴퓨터를 안 켰는데 (이상하게 퇴근만 하면 너무 피곤하다. 그래서 서재방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침대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으면 눈이 많이 피곤하다 보니 쓰다만 글을 마무리할 생각을 못했다.
맨날 회사-집-회사-집이고, 주말에는 피곤해서 잠만 자니 모든 생활이 회사 위주였다.
일하는 것에 재미와 보람을 느끼는 편이지만 코로나 때문에 외출에도 제한이 있어 사실은 리프레쉬가 매우 필요했다.
확실히 집에 있으니 출퇴근을 하지 않아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퇴근 후 피로감도 크지 않아서 개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여력도 생기는 듯하다.
한 주 더 남은 재택근무 기간 동안 일을 열심히 하면서 리프레쉬도 되었으면 좋겠다.
이상. 근황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