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속초 아바타 여행 2
슬슬 허기가 지길래 청초수물회로 출발.
팀원이 만들어 준 속초 맛집 리스트에 청초수물회와 함께 날 것을 즐기지 않는 내 취향을 고려해 가서 먹을 메뉴(섭국)까지 있었다.
참고만 할 생각이었는데, 아까 카페에 있을 때부터 팀원 C가 청초수물회는 웨이팅이 길다며 빨리 섭국 먹으러 가라고 하더라. (세상에.. 솔직히 이튿 날까지 연락이 올 줄은 몰랐다.)
현재 위치와 거리도 가깝고 얼마나 맛있길래 저렇게까지 추천할까 싶어 점심 메뉴는 섭국으로 정했다.
듣던대로 사람들이 많더라. 주차장이 만차라 주변 공터에 적당히 세우고 들어갔다.
당연히 추천 메뉴를 주문.
홍합과 해산물이 든 국(?)이라는데, 생각보다 홍합은 적었고 팽이 버섯이 많았다.ㅎㅎ
맵찔이라 빨간 국물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날이 추우니 좀 맵더라도 뜨끈한거 먹을 생각으로 시킨건데, 맵지도 않고 오히려 심심한 것이 신기한 맛이었다.
한 번 먹었을 때 입에 딱 붙지는 않아도 가끔 생각날거같은, 나쁘지않은 맛이었다.
어떻게 저 색깔에 맵지 않은지 아직도 신기하다. 반찬도 깔끔해서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배도 부르니 가고싶었던 영금정을 가려고 했다.
개인적으로 해수욕장 바다보다 도심지 바로 옆에 있는 바다를 좋아한다.
예전에 영금정에 갔을 때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 속초에 올 때도 꼭 들러야지 했던 곳이다.
그런데 C와 K로부터 계속 카톡이 온다.
이번엔 후식 먹으러 칠성조선소라는 카페에 가라는거다.
음..영금정 갔다가 갈 주변 카페도 찾아놨는데...
칠성조선소가 점심 먹은 곳 근처기도 하고 내가 혼자 다닌다고 신경이 쓰여 저러는 것 같으니 결국 카페에 갔다가 영금정쪽에 가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었다. 그렇게 도착한 칠성조선소 카페. (주차는 근처 공영주차장에서 해결)
오른쪽 문 열린 곳이 입구인데 난 왼쪽 건물로 먼저 들어가봤다.
조선소 이력과 당시 문서들이 간단하게 전시되어있다.
까페 입구로 들어와 왼편에 있는 건물인데, 작은 배도 전시되어 있고 옛 조선소에서 사용하던 기계들도 남아있었다.
조선소가 활발히 가동되던 시기에는 동네 주민대부분이 조선소와 관련된 일을 했었는데 조선소 폐업 이후에 일자리를 찾아 다른 곳으로 이주하면서 동네가 비었다고 한다.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카페를 열어 관광객을 유입함으로서 조용한 동네에 생기를 불어넣으려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조선소 입구쪽 골목에 있는 상점은 옛날 어렸을 때나 보던 상점 모습이었고 주변 집들도 많이 낙후되어있었다.
인적이 드문 골목을 지나며 상점 근처에 모여 계신 어르신들을 보고 좀 경계했었는데, 그 분들이 예전 조선소에서 일하셨던 분들이 아닌가 싶다.
바깥의 한 껏 개발된 도심지 모습과 대조되는 느낌이라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는데 혹시라도 이 곳에 살고 계신 분들께 실례가 될까봐 참았다.
좀 특이한 느낌을 주는 곳 이었다.
자, 카페에 왔으니 커피를 마시러 가야지.
컨셉인지 기존 건물을 활용한건지 모르겠지만 가건물스런 느낌이다.
바람이 많이 불어 춥길래 달달 커피가 당겼고 바닐라라떼에 시그니처 어쩌고 표기가 되어있어 바닐라라떼와 소금빵을 주문했다.
보통 카페에서는 바닐라 시럽을 넣어주는데 바닐라빈 흔적이 있는 바닐라라떼라니.. 많이 달지않고 부드러워 맛있었다.
오전에 갔던 카페도 바닐라맛 필링이 맛있었는데 요새 관광지 카페는 재료도 신경쓰는가 싶어 신기했다.
소금빵은 그냥 쏘쏘.
자칭 빵돌이 K가 입원한 여친을 위해 소금빵을 구하고 있다며 나한테 꼭 소금빵을 먹으라더라. (참 맥락없는 요구지만 이미 No맥락에 익숙해진터라 아바타는 충실히 이행한다.)
운좋게 앉게된 청초호수 뷰의 좌석.
(숙소부터 시작해 청초호 주변을 맴돌고 있다.ㅎㅎ)
밖이 추운데 따뜻한 걸 마시니 몸이 풀리면서 노곤해진다.
차 타고 다니긴했어도 오랜만의 외출이라 그런지 피곤하더라. 여기서 영금정만 들르면 딱인데 거기까지 갔다가는 감기에 걸릴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라 아쉽지만 속초 여행은 여기서 접고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C와 K는 내 저질체력을 알면서도 덩달아 아쉬워했다.
돌아가는 길에 속초시장에 들러 닭강정과 오징어 순대를 사고 진짜 집으로 출발.
아직 10월 중순밖에 안된 시기였는데 휴게소에서는 벌써 패딩을 팔 준비를 하더라. (a.k.a 엄청 추웠다.) 간식거리를 사서 다시 집으로.
강원도에서는 차가 별로 안 밀렸었는데 가평휴게소부터 엄청 밀려서 생각보다 늦은 시간에 도착했다.
길에서 이렇게 시간을 허비할 줄 알았다면 좀 더 늦게까지 출발할 걸 그랬나싶다.
분명 혼자 여행인데 C와 K가 함께 다닌 기분이다.
처음엔 살짝 귀찮았지만..;; 그래도 말동무가 있어서 즐겁고 또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