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월 제천 당일치기 (2) - 배론성지, 허브사랑, 취란
2024 10월 제천 당일치기 (1) - 마당갈비막국수 하얀민들레밥, 관계의 미학
부모님이 주말에 지방에 가신다고 해서 모처럼 당일치기 혼여를 계획했다. 늙은 자식을 혼자 두고 집을 비우는 게 마음에 걸리셨던지 (내 나이가 몇인데!!) 부모님은 언니에게 연락을 해 우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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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밥과 커피를 마시고 배론 성지로 향한다.
배론舟論은 1800년대부터 박해를 피해 숨어들어온 교우들이 모여 형성된 오래된 교우촌입니다. 교우들은 화전과 옹기를 구워 생활하며, 궁핍한 가운데서도 하느님을 섬기고 서로 사랑하며 살았습니다. 이 마을 계곡이 배(舟) 밑창을 닮았다 하여 '배론'이라 합니다.
(출처: 배론성지 관광안내소 제공 팸플릿)
가톨릭의 성지에 신자가 아닌 사람이 가는 게 좀 조심스러웠는데, 알고 보니 단풍으로 유명한 곳이란다.
아직 단풍을 보기엔 좀 이르지만 천천히 산책하기에 좋을 것 같아서 배론 성지로 갔다.
주차를 하고 입구로 쭈욱 들어가면
왼쪽은 로컬푸드직매장 (많은 분들이 요거트를 사 가심)
오른쪽은 관광안내소이다.

관광 안내소에 들어가니 "이전에 오신 적이 있으세요?" 묻는다.
처음이라고 하자, 관람(순례) 순서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며 지도를 주셨다.
자, 한 번 둘러보자.
요새 너무 회사, 집, 회사, 집만 해서 그런가 오랜만에 보는 푸르름에 힐링되는 기분이다.



저 멀리 보이는 알록달록한 나무들.
단풍이 슬슬 시작되나 보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붐비는 이곳은 배론 성지의 포토 스팟.
이때도 예뻤는데 최근 다녀온 사람들이 찍어온 사진을 보니 왜 이곳이 단풍으로 유명한지 알겠더라.
타오르는 듯 강렬한 빨간색으로 물 들어있었다.



배론의 세 가지 보물 중 하나, 성 요셉 신학당이다.
한국 최초의 서양식 신학교로 현재 신학교(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의 모태이다.



신학 교육을 했던 두 서양 신부와 자신의 집을 신학교로 봉헌한 교우촌의 회장 장주기 요셉은 모두 순교하였다고 한다.

또 다른 보물, 황사영 백서 토굴.

신유박해가 일어나고 황사영은 배론 마을 옹기굴을 가장한 토굴 속에 머물며 흰 비단 위에 편지를 썼다.
백서를 중국 북경교구장 구베아 주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황사영과 관계자는 순교하였고, 백서 원본은 로마교황청, 바티칸 민속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배론의 세 가지 보물 중 마지막 하나는 최양업 토마스 신부의 묘지인데,
이동 동선이 꼬이면서 최양업 신부의 묘지로는 못 가고 최양업 토마스 신부 조각공원으로 갔다.

검은색 벽면이 최양업 신부의 일대기를 조각한 것이다.
추측하건대 뒷면? 안쪽?은 납골 봉안소로 사용되는 것 같다.


신부님의 일생을 보니 그저 대단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가톨릭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종교로 자리 잡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순교가 있었다는 건 이미 국사 시간에 배운 거다.
그런데 배운 것과 그 상세를 아는 것은 다른 것 같다. 죽음을 무릅쓰고 지킨 그들의 신념과 신앙심에 저절로 경건한 마음이 들었고, (처음엔 분명 산책하러 온 건데) 나도 모르게 엄숙해졌다.
이곳 배론 성지는 초기 가톨릭의 역사를 담고 있는 곳으로, 가톨릭 내부적으로는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장소일 것이다.
최양업 토마스 신부 기념 성당도 있다.
(한국 가톨릭에서 최양업 신부님의 위상이 느껴진다.)



해가 넘어가니 쌀쌀해져서 슬슬 돌아가려고 한다.
마침 성지 내에 허브티 카페 허브사랑이 있어서 들어갔다.
원주 가톨릭 사회복지회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마감 시간이 지나 커피는 안되고 허브티만 주문 가능하다고 해서 민트와 블렌드로 주문.
사장님은 퇴근하시고 우리는 카페 밖의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뚜껑을 여니 티백이 잘 우러나고 있다.
허브가 깨끗한 지 찻 물에 불순물이 떠오르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약간 추웠는데 따뜻한 차를 마시니 몸이 풀린다.
좋다.👍
카페에서 음료뿐 아니라 허브로 만든 제품들도 판매한다.
(그 짧은 시간에) 라벤더 핸드크림을 샀고, 회사에 두고 잘 쓰고 있다.
제천에서 저녁을 먹고 올라가려고 고르고 골라 시내의 중국집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배론 성지에서 출발한 지 얼마 안돼 커다란 중국집을 발견했고 그 앞에 많은 차가 주차돼 있는 걸 봤다.
'저기는 동네 맛 집임에 틀림없다'라는 촉이 발동해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는 네이버를 검색, 평점이 좋길래 네비를 다시 찍었다.
취란 제천점
충북 제천시 용두대로 369 취란

중앙의 홀은 이렇게 생겼고 양 옆으로 룸이 있다.

가족 모임이나 행사를 주로 하는지 손님들이 우르르 와도 다들 방으로 들어가서 홀은 쾌적했다.
(조금 지나니 홀 손님들도 계속 와서 홀도 나름 북적거림)
식사는 메뉴 판에 BEST라고 표기된 메뉴들로 주문했다.
즉석 볶음 짜장면(8,000원)과 차돌박이 짬뽕(11,000원). 그리고 취란 탕수육 스몰(18,000원)



말이 필요 없는 맛이다. 그리고 양도 많다.
즉석에서 볶은 짜장면은 김이 펄펄 나 뜨거울 정도였고 자장 소스엔 건더기가 가득이다.
차돌박이 짬뽕에도 고기가 가득이라고.
미니 탕수육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없어서 일반 탕수육을 시킨 거다.
배달도 아니고 홀에서 먹는 건데 면만 먹기는 아쉬우니까.
취란 탕수육은 간장과 마늘소스의 탕수육이라고 메뉴에 소개되어 있었고, 그 맛은 BHC 맛초킹 양념과 흡사했다.
튀김옷이 매우 얇았으며 고기가 정말 신선하기까지 해 저녁 식당을 잘 골랐다고 매우 만족해하며 식사를 했다.
둘이서 세 개를 시켰으니 양이 많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면이 거의 1.5인분 양이라는 건 예상치 못했다.
탕수육이 너무 맛있어서 남기고 갈 수도 없었기에 면은 건더기 위주로 공략해서 최선을 다해 먹었다.
맛이 없어서 남기고 가는 게 아니니 오해하지 않으셨으면...ㅎㅎ
제천에 언니 회사의 휴양소가 있어서, 지난번에 가족들과 왔을 땐 청풍호 주변에서만 왔다 갔다 했다.
다음에 또 휴양소에 당첨되면 배론성지+취란 코스로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저녁을 너무 많이 먹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휴게소는 모두 패스.
마지막 휴게소에서 화장실만 들르고는 집에 왔다.
나름 알차고 재미있는 당일치기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