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친구가 등단을 했다.
작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던 친구다.
"너한테 어울리는 꿈이네, 넌 할 수 있어"라고 말해줬었다.
동시에 '작가로 밥벌이가 되려나? 걱정되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속으로만 생각했는지 친구에게 직접 이야기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대학원에도 진학하고 싶다던 친구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는 결혼을 했고, 난 연구실에 틀어박혀 사느라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다.
메신저 프로필로나마 근근이 친구의 근황을 엿볼 수 있었고, 내 친구는 아들을 키우는 엄마가 되어 있었다.
친구의 아들은, 요새 애들 같지 않게, 내 친구의 2세답게 자라고 있었다.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란 걸 알면서도 친구의 꿈과 맞바꾼 것 같아 약간은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길에 친구의 등단 소식을 들었다.
내 친구는 꿈을 잃은 게 아니었다.
계속 글을 쓰며 꿈을 좇았고 드디어 노력이 결실을 맺은 거다.
너무 기쁜 마음에 늦은 시간임에도 축하의 연락을 했고 십여 년 만에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나이를 먹은 것 외에 예전 그대로였다.
어쩜 예전 그대로의 순수함과 맑은 마음을 갖고 있는지 친구와의 만남에 내가 치유받은 기분이었다.
부끄럽게도 난 지극히 소비지향적이고 세속적인 삶을 살고 있는데 말이다. '원래 나이 먹으면 다들 이렇게 사는 거야.'라고 스스로 합리화하며.
나도 내가 이렇게 미드 같은 대사를 하게 될 줄 몰랐는데, 정말로 친구가 자랑스러웠다.
알고 보니 내 친구는 일하랴 양육하랴 글 쓰랴 완전 슈퍼우먼이기도 했다.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친구에 대해 예단했던 것에 대해서도 반성했다.
내 친구는 꿈을 이룬 것에 만족하지 않고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단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 노력 중이라 했다.
사랑하는 친구야! 넌 할 수 있어!! 항상 응원할게.